▲ 최진일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대표(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최진일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대표(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카카오톡을 통해 중대재해 속보를 전하는 오픈채팅서비스 ‘중대재해 사이렌’ 운영을 시작했다. 실제로 확인해 보니 각 지청별로 오픈채팅방이 마련돼 있었고 이미 많은 사업장의 안전보련 담당자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앞으로 오픈채팅을 통해 사고 관련 사실을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계절·시기별 위험요인 예방자료 등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너무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연일 인공지능 발전 속도에 환호하고 경악하는 첨단의 시대에 카톡방 하나를 이렇게 반가워할 일인가 싶다. 하지만 2021년 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속보게시판에 올라왔던 게시물이 해당 기업의 항의전화 한통으로 사라졌던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 아닌가?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불과 4년 전, 우리 지역에서는 화학회사의 트럭이 도로에 페놀을 흘리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은 어떻게 전파됐을까? 관계당국이 이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마을방송을 부탁했다. 고작 4년 전에 말이다. 어쩌면 재난문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돌이켜보면 웃픈 일이지만, 그때라고 재난문자 시스템이 없던 시절도 아니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와 의지다.

노동부의 기대와 의도대로 이번 오픈채팅방이 활성화돼 각 사업장에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실제로 중대재해 사례들을 살펴보면 같은 지역에서 동일한 형태의 사망사고가 며칠 사이에 연달아 일어나기도 했다. 적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예방효과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재해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예방시스템 발전을 위해서는 더 질 높은 정보들이 공개돼야 한다.

먼저 동종재해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보자. 안전사고는 마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노동현장의 구체적인 환경에 따라 수많은 변종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재래형 사고로 불리는 추락사고만 보더라도 직접적인 원인은 천차만별이다. 추락방지망 미비, 안전대 미착용, 안전대걸이 부재 혹은 부실, 작업발판이나 통로의 붕괴 등등. ‘어디서 누가 추락했다’는 정보만으로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효과적인 예방조치를 하기도 어렵다.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구체적인 사고정황과 정보가 공개돼야 하는 이유다.

또한, 정보공개 범위도 더 대중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사실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이 사고사례들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자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전파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다만 이번 ‘중대재해 사이렌’은 속보 형태로 신속성을 높이고 오픈채팅이라는 형식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의미를 살려 이제는 안전보건관리자들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담당자,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물론이고 관심 있는 노동자 누구나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재해정보 공개가 지역의 안전보건 인프라와 연계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간 많은 지자체들이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기구 내에 담당자들이 배치돼 있거나 노동안전보건센터 같은 실행기구를 구성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의 주체들은 응당 지역 내 중대재해 발생을 빠르게 공유받고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나 유족에 대한 지원, 동료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위기에 대한 지원 등이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노동부는 향후 ‘국민비서’ 같은 대국민 알림서비스를 통한 중대재해 발생상황 공유, 중대재해 재해조사의견서 공개와 ‘중대재해 사고백서’ 발간계획까지 밝혔다. 다시 한번 공개 의지를 밝힌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요구돼 온 재해조사의견서 공개가 여전히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것처럼 중대재해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재발방지의 첫걸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재해조사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 혹은 지금까지의 재해조사가 충분한 진상규명과 구조적 원인 파악에 부족했다면 재해조사 방식에 대한 평가와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어쩌면 단편적인 속보가 오가는 수준의 카톡방 하나에 이 정도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서글프기도 하다. 그 정도로 안전보건 영역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정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질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산재예방을 위해 애쓰는 담당자들과 노동자들, 더 나은 예방정책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소통돼야 한다. 중대재해에 대한 정보는 누가 뭐라 해도 산재예방을 위한 공공의 자산으로 최대한 공개돼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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