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아사히글라스 원·하청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법원은 불법파견 혐의 자체를 부정했다.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만은 지티에스(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1심인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2021년 8월 “파견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받는 불이익이 큰 점을 비춰 봤을 때 불법파견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원·하청 전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사내하청 노동자 23명은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인데 1·2심에서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근로자인 만큼 직접고용하라는 취지다. 사측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대구지법은 불법파견 증거를 합법적인 도급인의 지시·검수권으로 봤다. 생산해야 하는 유리판의 사양·수량·유동내용·유동순서·투입개시·예상시간 등의 내용이 담긴 생산지시 서류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구체적인 생산을 의뢰하는 작업의 정보를 기술적으로 기재한 발주서”라며 “생산지시 서류의 존재나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사내하청) 근로자가 임의로 위 서류의 내용을 변경할 재량이 있었는지 여부를 파견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을 판단하는 징표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이 지티에스에서 작업 결과나 제품의 생산이력 정보를 담은 작업일지, 화물외양확인표 등을 받은 것은 “도급인의 검수권의 일종”이라고 판단했다. 도급 단가 적절성을 판단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제품의 생산이력 추적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소송을 대리하는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업무매뉴얼, 작업지시서를 통해 원청의 방식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하청업체 소속 현장대리인을 통해 원청의 지시가 내려가는 것 모두 근로자 지휘·명령의 일환으로 근로자파견의 중요한 징표로 보는데 (이 재판부는) 도급인의 지시권과 검수권의 일환으로 봤다”며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파견을 금지하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을 일정 부분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재판부 자기 가치관에 기반을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장은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자는 심각한 판결”이라며 “파견법 위반을 처벌해야 할 판사가 파견법을 허용하자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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