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부터 대학까지 교육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원칙을 정한 국제기준으로는 ‘국제노동기구/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ILO/UNESCO 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Teachers 1966)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고등교육 종사자의 지위에 관한 권고’(UNESCO 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Higher-Education Teaching Personnel 1997) 두 개가 있다. 이들 국제 기준은 정부, 사용자, 교사노조, 기타 이해관계자가 효과적인 교원정책을 만드는 데 지침을 제공한다.

‘ILO/UNESCO 교사에 관한 권고’는 1966년 10월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NESCO의 정부 간 특별회의에서 채택됐다. ILO와 협력해 만들어진 ‘ILO/UNESCO 권고’(1966년 권고)는 교사의 권리와 책임에 더해 채용·고용·근무조건에 대한 기준도 정해 놓았다. 또한 교육당국과의 협의와 교섭을 통해 교육정책 결정에 교사가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1966년 권고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유치원·초등학교·중등학교·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모두에게 적용된다.

‘UNESCO 고등교육 종사자에 관한 권고’는 UNESCO의 1997년 총회에서 채택됐다. 이 역시 ILO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고등교육 종사자에 대한 기준을 담았다. ‘UNESCO 고등교육 종사자에 관한 권고’(1997년 권고)는 가르치는 일은 물론 연구하는 일을 하는 고등교육 종사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들 권고는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협약과 달리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ILO와 UNESCO의 모든 회원국은 이들 권고에 대한 찬성 여부를 떠나 이들 권고를 자국의 법제도에 적용할 의무를 가진다. 또한 권고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ILO와 UNESCO는 공동으로 12명의 독립적 전문가로 구성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의 적용을 위한 전문가위원회’(CEART)를 만들어 권고 적용을 감시하고 있다.

전문가위원회는 3년마다 회원국의 권고 이행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ILO 이사회와 UNESCO 이사회에 제출하며, 두 국제기구의 이사회가 논의한 결과는 모든 회원국에 송부된다. 전문가위원회의 보고서는 회원국 정부·교사노조·국제교원단체 등이 제공한 소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의 교사노조가 자기 나라에서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내용을 담은 정보를 ‘ILO/UNESCO 전문가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다. 교사노조가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임금, 해고, 차별, 교사평가제도, 적절한 협의 없는 성과급, 직업적 권리에 대한 제약 등을 아우른다.

교사노조가 제기한 문제점을 접수한 ‘ILO/UNESCO 전문가위원회’ 사무처는 해당 회원국에 질의서를 보내고 회신을 받는다. 동시에 관련된 모든 조직들도 전문가위원회에 주장과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리된 전문가위원회의 보고서는 ILO와 UNESCO의 이사회를 거쳐 두 기구의 총회에 제출된다.

ILO가 ‘결사의 자유 및 조직할 권리’에 관한 협약 87호(1948년 채택),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 98호(1949년 채택),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에 관한 협약 111호(1958년 채택)를 관장한다. 그리고 UNESCO는 ‘교육에서 차별 금지’ 협약(1960년 채택), ‘기술 및 직업교육’ 협약(1989년)을 담당한다. 이들 5개 협약에 근거해 1966년 권고와 1997년 권고가 채택됐다.

이들 권고에는 흥미로운 조항들이 있다. 1966년 권고 62조는 “교사와 교사단체는 새로운 과정과 교과서 개발에 참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직업적 자유(professional freedom)”의 측면에서 교사노조가 교과서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사의 사회적 생활과 공적 생활 참여가 권장돼야 한다”(79조) “일반 시민들이 누리는 시민권(civic rights)을 행사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80조) “봉급과 근무조건은 교사단체와 사용자의 교섭 과정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82조) “자신들의 단체를 통해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정 기제 혹은 자율적 기제가 마련돼야 한다”(83조) 같은 조항도 눈길을 끈다.

고등교육 종사자의 학문적 자유와 자율성, 그리고 기본적 인권의 실현을 강조하는 1997년 권고 26조는 “고등교육 종사자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시민권·정치권·사회권·문화권을 누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고용조건의 결정에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ILO의 국제기준을 보장받아야 한다”(52조) “임금과 근무조건의 결정은 고등교육 종사자를 대표하는 단체와 사용자 사이의 자발적 교섭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53조)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사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정치적 중립성’(political neutrality)이라는 미명 아래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기준은 일터에서 ‘행정적 공정성’(administrative impartiality)이 지켜지는 한에서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ILO와 UNESCO 가 공동으로 만든 1966년 권고와 1997년 권고라 할 수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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