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노동조합 위원장
▲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노동조합 위원장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많은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강철 같은 투쟁대오로 헌신적이고 치열한 싸움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많은 성과를 냈다. 당시의 주요 활동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 노동계를 주름잡고 있는 주역이 됐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가를 부르던 노동운동은 현장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결과이자 역사다. 이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노동환경도 없었을지 모른다.

빠른 시대 변화에 따라 노동환경도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 불평등, 세대 간 갈등 등 다양한 이해관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러한 변화에 둔감한 느낌이다. 실제로 지역 노동조합 대표자회의를 가면 청년이 없다.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정치적이고 강경한 투쟁방식보다 탈이념적이고 실용·합리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상급단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본다. 개별노조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도생이라 불리는 청년들이 노동계를 외면한다는 방증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부정적으로 본 설문조사를 보았다. 또한 서울교통공사 파업 돌입 후 하루 만에 철회한 것을 두고 공사의 MZ세대 조합원 역할이 컸다는 기사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강하게 주장하자 지지율이 오른다고 한다. 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호응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에 맞춘 노조활동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와 같은 투쟁 방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우리 노동운동 환경은 산업과 연계돼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노조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공공·서비스, 4차 산업 영역이 강세다. 최근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과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이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또한 최근 카카오 노조가 과반수노조가 된 사연을 보더라도 노동운동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변화를 추구하면서 지켜야 할 근본적인 가치는 연대다. MZ세대 노조위원장으로서 조합을 이끌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세대 간, 이해관계자 간 합치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각자도생하는 여러 개 스피커가 아니라 하나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집단지성을 모으는 것이다.

이에 양대 노총에서는 달라진 시대에 부응하는 노동정책 및 운동을 펼치기 위해 청년 노조활동가를 양성해야 한다. MZ세대들이 외면하는 노동조합이 되지 않도록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 강고한 투쟁성과 치열함으로 무장한 선배들의 경험과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가 융합돼야 한다. 양대 노총에서는 위원장을 보좌하고 청년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기구인 청년네트워크(가칭)를 설치해야 한다. 해당 기구에서는 온 국민이 공감하는 노동운동 전략 수립, 청년 노조위원장 양성 및 참여, 소통강화 프로그램을 통한 세대 간 완충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반노동 정책 폐기 외에도 국민에게 지지받고 엄호받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날 자기 혁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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