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원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 17. 선고 2021구합87491 판결

1. 사안의 개요

가. 처분 경위

보건소 소속 간호직 공무원인 망인은 2020년 초께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게 되자 코로나19 대응 및 확산 방지 업무도 함께 수행하던 중, 2021년 초께 자택에서 자해해 사망했다. 망인의 유족들은 순직 유족급여 및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피고 인사혁신처장은 “망인의 사망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 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순직 유족급여 지급 대상에는 해당되나, 구 공무원재해보상법(2022. 11. 15. 190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5조의 위험직무순직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직 유족급여에 대해서는 승인하고,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는 불승인 결정을 했다. 원고들은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나. 구체적인 업무 내용

망인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관내 정신의료기관, 산후조리원 지도·점검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2020년 2월께부터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하자, 위의 업무에 더해 1) 선별진료소 비상근무(코로나19 검체 채취 등) 2) 코로나19 확진 환자 이송, 3)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역학조사(접촉자 분류 등) 4) 자가격리자 관리 및 처리 5) 코호트 격리 시설 관리 6) 요양시설·의료시설 등 전수조사 및 검체 채취 등의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감염병 확산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함에 따라 망인은 주중·주말을 불문하고 업무에 임해야 했고, 방역의 최일선에서 고도의 정신적 스크레스를 받으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망인이 사망 전 5개월여간 초과근무한 시간은 적게는 월 68시간부터 많게는 월 97시간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확진 환자를 이송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때는 높은 수준의 감염 위험을 무릅써야 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도 감내해야 했다. 확진자 동선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자세히 확인하고 접촉자들을 분류한 후 그중 밀접접촉자에 대해 자가격리 통보 등을 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항의하는 민원인들을 응대하며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감염병 대응 업무로 인한 고도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가던 중 관내 정신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해당 기관의 지도·점검 업무를 담당해 온 망인은 해당 기관 코호트 격리 지도·점검 업무도 함께 맡게 됐다. 언제 격리 해제가 될 수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망인은 감염 확산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심대한 부담감을 안고 업무에 임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부담감을 동료들에게 토로하던 망인은 다음날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구 공무원 재해보상법 5조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로 공무원이 사망했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망인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라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병의 확산 방지 활동을 수행하다가 고도의 신체적 위험과 감염의 공포, 과중한 업무량 및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위 사건에서 피고는 “망인은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따른 과로 및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중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던 것이므로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에 내재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자체는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 공무원 재해보상법령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순직공무원과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의 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른 경우에도 그 자해행위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지는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의 활동 내지 직무와 관련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라면 위험직무순직 공무원 인정 요건 중 하나인 ‘재해’에 해당할 수 있고, 공무원이 자해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공무원이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에서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피고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던 중, 직무에 내재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돼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했을 경우에만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신체’에 대한 ‘직접적·물리적 위험’이 현실화해 사망에 이른 경우(예컨대 감염병 확산방지 업무 수행 중 해당 감염병에 확진되어 사망에 이른 경우)에만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제한적 해석을 해 온 것이다. 실제 이 사건에서도 피고는 “공무원이 직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자해행위를 했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자해행위로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공무원을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볼 만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음에도,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승인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취지의 해석을 반복해 온 것이다.

대상판결은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자해행위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무에 임하는 공무원의 활동 내지 직무와 관련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라면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에서 말하는 재해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나가며

대상판결은 신종감염병 확산의 위협 앞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진력을 다하다 사망한 보건소 공무원을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해, 그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고의 항소로 위 판결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판결문에도 직접적으로 설시된 바와 같이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고도의 긴장 상태를 계속해 유지한 상태에서 장시간 근무에 임해야” 했던, “언제든지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감염의 공포와 싸우며 일을 해야” 했던, “감염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업무에 임해야” 했던, 일상과 건강을 포기하며 사명을 다한 일선 공무원들의 고통이 조금이나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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