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고법이 비전업 시간강사의 강의시간만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강의시간뿐 아니라 강의 준비시간, 학사 행정업무 등을 포함해 노동시간을 산정해 왔던 그간 판례와 상반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 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만 인정

2일 비정규교수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고법 38-1민사부(재판장 정경근 부장판사)는 정부를 상대로 강의료 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한 국립대학인 부산대·부경대 비전업 시간강사 11명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 비전업 시간강사들은 전업 시간강사보다 적게 지급된 강의료의 차액분과 미지급된 연차휴가수당·주휴수당·노동절 급여 지급을 요구했다. “전업 강사와 비전업 강사를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2019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1심·2심 모두 전업 강사와 비전업 강사 간 강의료가 차액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은 1심과 달리 기각됐다. 재판부는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 청구를 기각하면서 원고들의 주당 강의시수가 모두 12시간 이하라고 봤다. 근로기준법 18조에 따르면 4주 동안을 평균해 한 주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55조와 60조를 적용하지 않는다. 즉 평균 한 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에게는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재판부는 “소정근로시간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시간강사 위촉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만이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강의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강좌를 여러 차례 반복해 강의해 왔다”며 이들의 ‘숙련도’를 이유로 별도 강의 준비시간 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정규교수노조 “강사에게 계약 체결 책임 떠넘겨”

이번 판결은 2003년 “대학교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은 준비시간을 포함해 강의시간의 3배이며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강의하는 시간강사도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서울지법이 판결한 이후의 하급심 판례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강사가 1시간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2배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근로기준법상 단시간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강의 준비시간도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지만 하급심 판결은 여럿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이날 “2003년 이후 서울지법의 판결 이후 강의시간만이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 됐는데 이번 판결은 지난 20년간 지속된 법원의 판결 취지를 부정하는 퇴행적 판결”이라며 “강사와 대학의 현격한 지위 차이로 사법부에 판단을 구한 것인데 오히려 재판부는 일개 강사에게 (계약 체결의) 책임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2021년 시간강사 226명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당시 국립대 시간강사 201명과 사립대 시간강사 25명이 원고로 참여해 정부와 각 대학 법인을 상대로 퇴직금·주휴수당·연차휴가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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