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종사자가 사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 측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보다 죄질이 더 무거운 것으로 보이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뿐이라며 처벌이 과도하다는 등의 위헌론을 주장하고 있다.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음주운전의 경우보다 죄질이 가볍다는 비교는 참 당혹스럽다.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산업재해치사상죄는 매우 중한 범죄다. 우리 법이 법률명에 ‘처벌’이라는 단어를 넣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 등.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 공동체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중한 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합의해 만든 법이다.

기업의 주장은 관련 법령들을 살펴볼 때도 타당하지 않다.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니라 특정범죄가중법이 적용된다.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고 벌금형은 아예 없다. 형법에는 “나이가 많거나 어림, 질병 그 밖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사람을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만이 규정돼 있다.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체계의 구축 등을 해야 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산업재해치사죄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정부는 ‘처벌과 규제’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그 자체로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해당한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자율적으로 기본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 틀을 갖추고 그것이 잘 이행되는지를 관리·감독하도록 의무를 부여한다. 이런 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바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만 처벌한다. 한국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기업인들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의 삭제를 최우선적으로 검토·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도 처벌하지 말자’는 이런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독일의 사례를 “조합주의에 기초하여 사업주 및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지역·업종별 노사자치입법을 통해 자율 예방규칙을 제정·준수하는 안전문화”라고 소개했다. 우리 법체계에서도 이런 자율적인 노사자치입법이 충분히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이미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으로 하여금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에 따라 의견을 들어 재해 예방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중앙노동위는 원청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노사의 교섭과 자치입법(단체협약 등)을 통해 지금도 충분히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나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기업은 안전보건 역량 강화에 투자를 늘리기보다 대형 로펌 자문 등을 통한 처벌 회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은 정해진 날짜가 되면 시작되는 것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행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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