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

2020년 10월 정리해고로 거리에 내몰리고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통해 복직했으나, 복직 1년 만에 다시 집단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있다. 지난해 7월12일 두 번째 집단해고를 당한 자일대우버스 주식회사 노동자들 이야기다. 두 번째 집단해고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폐업해고’다. 회사가 어려워 울산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근로계약 관계를 더 이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버스 폐업에는 아무래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만 같다.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대도 사용자가 노조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사업 자체를 폐지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일거에 노조를 와해시키고 조합원 전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내고는 기업재개, 신설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종전 회사와 다를 바 없는 회사를 통해 여전히 예전의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위장폐업’이라고 한다(대법원 2010다13282 판결). 대우버스 폐업해고에 관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해 11월25일에 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판정 심문과정에서 대우버스의 두 차례 집단해고는 전형적인 위장폐업의 과정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백성학 대우버스 회장은 2020년 2월 노조와 신규인력 채용 합의를 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돌연 “적자의 원인은 노조 문제가 많다. 인건비가 너무 높아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공장을 메인공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같은해 7월 대우버스가 단체협약을 위반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가처분 결정을 했다. 베트남공장 이전이 막히자 대우버스는 전 직원 퇴사 후 단계적 재고용, 임금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울산공장을 폐쇄하겠다며 정리해고를 감행한 것이다. 울산지노위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까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자, 대우버스는 2021년 6월18일 정리해고를 철회했고 노사는 복직 합의를 했다. 해고자들은 공장 폐쇄가 아니라, 최장 1년 이내 회사를 매각해 공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대우버스의 약속을 믿고 공장으로 돌아왔다. 해고기간 임금 양보, 복직 후 급여 10% 삭감에 더해 절반의 인원이 휴업보상 상당(70%)의 유급 순환휴직을 하는 안까지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우버스의 약속은 진심에서 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대우버스는 2020년 6월 같은 영안그룹 내 버스 판매 전담 법인인 자일자동차판매 주식회사에 핵심 업무와 자산을 넘기기 시작했다. 기존 판매 차량의 사후관리책임을 이전시키고 AS업무 관련 직원의 전직, 장비 이전 작업도 했다. 2021년 2월에는 베트남법인을 포함한 7개 해외법인 주식 전부를 매각했다. 2021년 4월부터 부품 생산을 위한 생산설비를 베트남공장에 이전했다. 심지어 복직 합의 직후인 그해 6월23일에는 울산공장의 핵심 업무 중 하나인 KD(조립부품 판매) 업무를 이관하고, 이틀 뒤 울산공장 부지까지 매각했다. 이어 같은해 7월1일 본사 인력 및 해외주재원 등 버스 생산 사업과 해외법인 운영을 위한 필수인력 중 86% 이상을 전적시키고, AS 부품 공급처와의 계약도 이관시켰다. 자일자동차판매는 한 달 뒤 상호에서 ‘판매’ 두 글자를 삭제하는 상호변경을 통해, 자신들이 더 이상 판매만 하는 법인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대우버스는 복직 합의에 따라 회사를 매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척했다. 하지만 전체 경영 기능과 AS, KD 업무 및 생산을 위한 핵심 설비 등이 이미 자일자동차로 넘어간 껍데기 회사를 인수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백성학 회장은 지난해 1월29일 회의 문건에서 ‘이번에도 노조가 협조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폐업으로 가야 함. 노조는 더 이상 잘못된 행동을 중지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해야 함. 잘못 배운 노조 행동을 빨리 바꿔야 함’이라며 노조혐오 감정을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동시에 ‘2022~2024년은 버스업계 시장 회복기로, 2025~2027년은 시장성장기로 본다’는 예측을 하며 ‘이미 구축한 해외 5개 공장을 기반’으로 버스 생산 사업을 계속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3년간 베트남법인에서 생산해 역수입한 버스 차량의 상표와 로고는 울산공장 생산 차량과 같다. 대우버스 폐업일 직전 3개월간 베트남법인 월별 생산량이 5배가량 대폭 늘었다. 대우버스는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고려한 사실은 전혀 없다.

정리해고가 경영상 불가피성을 심사 요건으로 둔 반면 위장폐업해고는 노동권 침해 그 자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악의적이다. 그렇다면 위장폐업인지 여부를 법원의 해석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노동법에 규제를 둬야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과의 형평을 고려하면, 기존 판례 법리와 같이 노조혐오나 노조와해 목적으로 국한할 이유도 없다. 노동권을 침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노동계약 관계를 종료하는 일체의 거짓 폐업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위장폐업의 악의성을 고려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형사적 제재도 고려해야 한다.

대우버스가 노조원들을 배제하고 자일자동차를 통해 버스 생산과 판매 사업을 종전과 같이 계속할 준비를 하는 동안 울산공장에는 노동자들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울산지노위가 위장폐업 과정에서 있었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지만, 이 노동자들 앞에는 중노위와 그 이후 3심제 법정 다툼까지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대우버스 위장폐업해고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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