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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시간을 둘러싼 금융 노사 간 갈등이 법정으로 갈 전망이다. 금융 사용자쪽이 30일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을 강행하는 가운데 금융노조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시동을 건 은행 영업시간 논란이 또 다른 노조 때리기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은 30일부터 오전 9시 은행 문을 열고 4시에 닫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침을 사내 공지했다. 30일부터 시작하는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1금융권을 비롯해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도 유사하게 영업시간을 조정할 전망이다.

당초 금융 노사는 지난해 산별중앙교섭 합의에 따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영업시간 조정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갑자기 영업시간 조정을 압박하면서 사용자쪽 태도가 일변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TF 논의 과정에서 오전 9시~오후 6시 영업을 비롯한 다양한 영업시간을 열어 놓고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일부 영업점에서 오전 9시~오후 6시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노조가 영업시간을 조정하려는 의도는 실제 내방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건수를 기준으로 7.1%였던 창구 업무처리 비중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난해 상반기 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일한 업무를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한 비중은 77.4%에 달했다. 실제 법인 관련 업무가 몰리는 오후가 다소 붐빌 뿐 오전은 내방객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의 압박에 시중은행이 앞장서 영업시간 조정을 강행하자 법적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시중은행이 영업시간 조정을 예고한 30일을 기점으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은행 영업시간을 현행처럼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조정한 게 2021년 금융 노사의 합의라, 이 합의를 어긴 점을 문제 삼을 전망이다. 다만 은행연합회가 이 합의를 무시해도 좋다는 내용의 법률 자문을 받았다는 점은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영업시간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노조 때리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화물노동자와 건설노동자들에게 강경대응해 재미를 본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는 은행노동자를 비난해 또 다시 노조혐오를 자극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금융 노사가 자율적으로 영업시간 관련 논의를 진행하던 와중에 정부가 갑자기 압박을 시작한 모양새”라며 “평균 연봉이 높은 은행노동자를 귀족노동자로 몰아 혐오를 조장하고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고 싶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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