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와 의무규정 좌담회. <정기훈 기자>

재계가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경영책임자 의무규정이 오히려 구체적인 편이라는 학계 지적이 나왔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형법학)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 좌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구축·이행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체계로 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법상 의무사항인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건 사업체에 가장 맞는 안전관리 체계를 노사가 정하는 것”이라며 “시행령에서는 노사가 제대로 합의해 만들 것, 노동자 의견을 잘 들을 것, 효율적으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쓰라는 것 3가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구축·이행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체계로 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최 교수가 강조한 핵심적인 3가지 외에도 6개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의무규정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핵심인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시행하려면 노동자 참여 제도를 시행령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촘촘한 법과 규제로는 중대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사업장의 자율안전 예방체계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안전보건법제 근간인 ‘로벤스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 로벤스 보고서에는 노동자 참여 제도를 강조하고 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경영책임자 의무규정이 재계에서 주장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바뀌게 된다면 세부적인 조문들이 들어와 구체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밀폐공간에서 질식재해 예방을 위한 규정을 사업장마다 만들고 이를 인증해 주는데, 이 인증규범이 20페이지에 달한다”며 “몇 개 조문으로 퉁치는 것이 아니다.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된다면 그 규범을 모두 (처벌 근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추상적 조문을 놓고 알아서 잘 하라는 식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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