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전기·가스요금 고지서와 함께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해 4·5·7·10월 네 차례에 걸쳐 오르면서 난방비가 1년 전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요금은 1월 기준 메가칼로리(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7.8%, 38.4% 올랐다.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5.47원 올랐다. 1년 새 인상률은 42.3%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수급난이 가속하면서 LNG 수입 가격은 2021년 12월 톤당 893원에서 지난해 12월 1천255원으로 40.5% 뛰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세 차례 가스요금을 인상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위기는 고스란히 가계부담으로 전가됐다는 점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고통이 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파가 불기 전인 지난해 1~3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만6천950원으로 1년 전(5만9천588원)보다 12.4%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5분위)의 연료비 지출은 11만1천352원에서 11만8천904원으로 증가율은 6.8%에 그쳤다. 전체 가구 기준으로 해도 연료비 지출은 6.7% 늘어 최하위 소득계층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에너지기업들은 최대 실적으로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4조309억원을 기록한 GS칼텍스는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이날 공지했다. 같은 기간 2조7천77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오일뱅크도 기본급의 1천% 성과급을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6천822억 원, 3조5천656억원으로 ‘성과급 잔치’가 예상된다.

‘횡재세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징수하는 초과 이윤세다. 최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정유사들의 횡재세를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 4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진보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폭리를 취하며 ‘횡재’한 에너지재벌에 세금을 물리고, 그 재원을 서민 에너지 복지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난방비 폭탄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전 국민 에너지 재난지원금 10만원’을 한시적으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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