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간호사노조(RCN)

영국간호사노조(Royal College of Nursing)가 다음달 6일과 7일에 3차 파업에 돌입한다. 조합원 30만명을 둔 영국간호사노조는 국민건강서비스(NHS)에 소속된 간호사의 67%를 조직하고 있다. 다음달 파업에는 73개 NHS 트러스트에서 진행되며, 외래진료의 대부분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쟁점은 임금과 간호사 증원이다. 노조는 물가인상률에 5%를 더한 19%의 임금인상과 간호사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NHS에서 부족한 간호사는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15일과 19일에 피케팅 형식의 1차 파업을 조직한 바 있다. 실질임금 삭감 반대와 환자 안전강화를 요구한 1차 파업에는 스코틀랜드를 뺀 잉글랜드·북아일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조합원 10만명이 참가했다.

1916년 창립된 노조는 간호직 종사자(the profession of nursing)만 조직하고 있는 직업노조다. 왕실(royal)이 붙은 노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간호사노조는 1928년 왕실로부터 칙허장(Royal Charter)을 받고 지난해 가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홍보대사로 둘 만큼 보수적인 조직이다. 이러한 전통을 가진 노조에게 지난해 12월 파업은 106년의 노조 역사에서 처음 조직된 단체행동이었다.

파업 당시 팻 컬런 노조 사무처장은 “조합원들에게 이번이 첫 파업이라 여러 느낌이 교차한다. 하지만 NHS가 위기에 처해 있고, 간호직 종사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며 “환자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NHS는 간호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이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파업 당시 노조는 보건부 장관을 상대로 임금교섭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노조로서는 파업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고 컬런 사무처장은 덧붙였다. 12월 파업에서 스코틀랜드가 빠진 이유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교섭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임금교섭을 거부한 정부에 맞서 노조는 재차 “공정한 임금과 환자 안전” 요구로 이달 18일과 19일 2차 파업을 조직했다. 2023년 새해 들어 영국 노동조합운동이 조직한 첫 파업으로 기록된 노조의 2차 파업은 정부가 임금교섭장에 나오지 않음으로써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55개 NHS 트러스트에서 진행된 2차 파업의 효과가 저조한 데 대해 컬런 사무처장은 “파업은 급격한 투쟁 고조의 전 단계로 3주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차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며 “간호사들이 파업해서 환자들이 죽는 게 아니라, 환자들이 죽어 가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간호사노조가 주도한 지난해 12월의 1차 파업과 이달의 2차 파업에 이어 다음달 3차 파업이 예상되면서 보건의료 체계가 다시 한번 마비될 상황에 처하자 NHS 사용자들은 정부가 파업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간청하고 나섰다.

영국 전역의 NHS 트러스트들을 총괄하는 NHS총연맹의 매튜 테일러 의장은 “NHS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공부문의 대치 상황을 끝내기 위해” 수상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가 간호사 임금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우려다. 국제적 요인으로 시작된 물가인상이 일시적으로 잡혀 가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임금인상으로 영국의 국내 경제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다시 노출되면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악이기 때문에 대단히 조심하면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영국 내무부의 입장이다. 임금인상률 19%에 달하는 영국간호사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정부는 “최소 업무와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기 위해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당이 장악한 영국 의회에서 6개월 후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법 개악의 첫 희생양은 NHS에 종사하는 보건인력을 포함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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