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얼마 전 파견된 곳에서는 원장 선생님이 다른 어린이집 사정을 물어 오며 자기 어린이집에 대한 의견을 들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13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4년 전 광주시육아종합지원센터 대체교사가 된 김가희(51)씨 말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대체교사 경험과 경력이 현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보육교사가 연차휴가를 사용하거나 보수교육을 받는 동안 업무에 공백이 생길 때 파견되는 대체교사는 일하면서 지역 내 여러 어린이집을 둘러보게 된다. 보육하는 대상도 수시로 바뀐다. 김씨는 “일주일에 두세 군데 어린이집을 돌다 보면 어떤 날은 0세 영유아를 만나기도 하고 그 다음날은 학교 가기 직전의 일곱 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며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을 수시로 만나고 변화된 보육환경에서 안정감 있게 아이들을 보육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4년간 대체교사로 일한 김씨는 그런데 다음달이면 계약이 만료돼 일자리를 잃는다. 김씨는 “대체교사 시범사업이 실시된 2009년 이래 14년간 광주에서 300명 넘는 여성노동자가 해고돼 온 셈”이라며 “보육·돌봄 일자리가 너무 하향평준화 돼 있어 우리를 ‘쓰다 버리는 노동자’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14년간 이어 온 사업이라면 대체교사 사업은 더 이상 단기사업이 아니고, 상시·지속업무로 봐야 한다”며 “대체교사 계약직 채용을 고집하는 광주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사실상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대체교사 고용보장”권고했지만

근로계약이 만료돼 ‘해고’될 위험에 놓인 광주시육아종합지원센터 대체교사들이 “고용을 연장하라”며 파업 중이다. 19일 공공연대노조 광주사회서비스원지부 육아종합지원센터지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50여명의 대체교사들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시청 로비에서 농성도 이어 가고 있다. 광주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는 92명의 대체교사·관리자가 속해 있다. 7명의 무기계약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년 혹은 2년 단위 계약직으로 그중 62명의 대체교사가 3월 말이면 일자리를 잃는다.

이 중에는 김가희씨같이 4년 동안 센터에서 일한 사람도 40명이 넘는다. 현재 광주시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은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시사회서비스원이 2년 전 수탁했는데, 김씨와 동료들은 기존 운영기관 폐업 뒤 재고용 절차를 밟았다. 한 직장에서 2년을 넘게 일해 기간제법이 허용하는 무기계약직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만 ‘꼼수 폐업’으로 여전히 계약직 신세라고 노동자들이 지적하는 까닭이다.

대체교사들은 위탁운영이 만료되는 내년까지만이라도 고용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근거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이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대체교사 지원사업을 수행할 때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실무 매뉴얼’을 숙지해 달라”며 “종사자 고용기간을 수탁기관과 동일 기간으로 설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유지 및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고 각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어린이집 대체교사의 고용안정을 위해 위탁운영 기간과 노동자 근로계약 기간을 맞추라는 얘기다.

광주시 “실직 보육교사에게 일자리 나눠야”

광주시사회서비스원을 운영하는 광주시 입장은 완강하다. 일자리 ‘기회’를 나눠야 할 뿐 아니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이유다. 광주시는 지난 16일 “이번에 고용연장이 되면 이들 교사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광주시는 최근 2년 사이 어린이집 132개가 폐원돼 277명의 보육교사들이 실직한 만큼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 기회가 박탈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체교사가 파업 중인 지난 17일에는 광주시사회서비스원이 대체교사 40명 신규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광주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정년이 보장되는 자리가 되는데, 정부에서 인건비를 100%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지자체에서도 일부 부담을 하게 된다”며 “매년 복지부의 사업 예산이 변동되기 때문에 (전환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대체교사 계약직 채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교사는 단기 파견이라는 업무 특성상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대체교사는 국공립·법인·직장·가정 어린이집 등 여러 유형의 어린이집에 파견돼 만 0세부터 5세까지의 아이들을 돌본다. 계약직 채용을 반복하면 전문성을 지닌 대체교사를 양성하기 어렵고 보육의 질을 확보하기 어렵다.

김관희 공공연대노조 광주지부 조직국장은 “지자체가 주도해 대체교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광주시가 사회적 돌봄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체교사 계약직 채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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