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급성폐렴으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다가 2020년 3월 숨진 고 정유엽군(당시 17세)의 사망책임을 국가에 묻는 소송이 제기됐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아닌 발열환자에 대한 치료지침이 부재하고 관련한 의료전달체계도 미흡해 정군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정부·경산시와 경산중앙병원·영남대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군이 발열 및 호흡곤란 증상을 겪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의료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경산중앙병원과 영남대병원이 적정한 치료를 했는지 따지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경산시, 방역대책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던 중앙정부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두 병원이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경산중앙병원은 정군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귀가시켰고, 코로나 검사가 가능한 다른 병원 또는 선별진료소를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영남대병원도 증세를 호전시키기보다는 코로나 확인 여부 판별에만 초점을 둬 음성 판정이 나왔음에도 코로나 검사를 무려 13차례 실시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경산시 역시 선별진료소를 운영·관리하는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경산시는 인구 28만만명 규모의 도시지만 음압병실을 구비한 병원이 한 곳도 없다는 주장이다.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씨는 “300병상 이상 병원에는 의무적으로 음압병실을 갖춰야 하나 경산시에는 한 곳도 없다”며 “의료기관은 재정난 같은 이유로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고, 정부도 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도 공공의료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아 공공병원들은 적자와 의료진의 퇴사로 버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군은 2020년 3월10일 마스크를 구입하려 대기하다 호흡곤란과 고열 증상을 처음 호소했다. 이후 의료기관을 방문했지만 코로나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폐렴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같은달 18일 끝내 사망했다. 이후 유가족은 정군의 사망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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