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CJ대한통운 원청의 교섭 의무를 확인한 판결이 나온 날, 예정한 기자회견 시각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사진기자 여럿이 허둥댔다. 회견은 진작에 끝났다. 그림으로 담기 좋은 만세삼창도, 서로 안고 좋아하는 모습도 지나갔다. 1년6개월을 기다린 판결이 예상보다 일찍 끝난 탓이다. 앙코르 요청에 한 번 더 현수막을 펴고 선 사람들이 재차 만세 삼창했다. 처음보다 굳은 표정이었지만, 두 번이라고 못 할 일도 아니었으니 대체로 자연스러웠다. 미리 준비했을 두 개의 현수막 중 나머지 하나를 펼 일이 없었으니 그럴 만했다. 진짜 사장을 찾아 묻는 지난한 여정에 이정표 하나를 웃으며 세웠다. 서로 안고 격려하는 모습을 담으려는 카메라는 바짝 붙어 연속 촬영하는 중에도 뒷배경을 살핀다. 적절한 정보를 담으려는 오랜 버릇 때문이다. 거기 뒤편에 두 개의 안내문이 서 있었는데, 자꾸만 서울가정법원이 선명해 난감했다. 지면에 쓰지 못했다. 가짜 사장과 ‘헤어질 결심’을 세운 것이라고 B컷의 쓸모를 찾아본다. 마침내,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인한 사람들이 웃는다. 하지만 앞길에 안개 자욱해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또한 사람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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