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법원이 직원을 석 달 만에 자르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상시근로자 4명 사업장의 대표에게 미지급 임금과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표는 직원에게 “그냥 나가라,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해고를 통보했다.

대표 벌금형 확정, “지원금 부정수급” 주장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부산의 천연제품 제조 벤처기업 M사의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3월께 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회사 대표가 3개월이 지난 그해 6월 “이번 달까지 하고 마무리합시다”라며 그날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해고예고는 없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예고하지 않았을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5명 미만의 사업장도 적용된다.

A씨는 즉시 노동청에 대표를 고발했다. 이후 대표는 2020년 5월분 임금 잔액 50만원과 해고예고수당 4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21년 7월 대표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이와 별개로 A씨는 2020년 10월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임금과 해고예고수당을 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하지만 사측은 A씨가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는 ‘전문인력일자리 지원금’ 250만원을 받을 자격조건이 없는데도 이를 속인 채 근로계약을 체결해 적법하게 계약을 취소했다고 항변했다. 회사는 지자체와 2020년 3월 ‘(예비)사회적기업 전문인력 지원 약정’을 체결하고 전문인력 1인당 월 200만원 한도의 전문인력일자리 지원금을 받기로 정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2020년 4월께 해고를 통지했으므로 해고예고수당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약 6월에 해고를 통지했더라도 A씨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쳤으므로 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 “일자리 지원금 해제조건 약정 없어”

하지만 1심은 2020년 6월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고해 근로계약이 종료됐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측이 주장한 ‘해제조건 약정’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2020년 4월 A씨에게 지원금 200만원이 지급돼 250만원에 미달했지만, 당시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았던 부분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사회적기업법)에 따라 인건비 등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계약 당시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재정적 지원을 신청할 책임은 사용자인 피고에 있다”며 “원고가 전문인력 지원금 250만원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았고, 200만원만 지급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적극적으로 기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따랐다. 2020년 6월 이전에 해고를 통지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회사가 미지급 임금과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에 대해 6월분 임금까지 산정돼 있는 등 회사가 주장하는 해제조건 약정이 존재한다는 자료는 없다”며 “A씨가 관할 관청에서 전문인력일자리 지원금 250만원을 지급받는 것이 근로계약의 내용이었다거나 자격조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이를 속인 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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