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규 민주일반노조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장이 지난 6일 오전 강북구청 앞 농성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곡기를 끊은 노동자의 바람은 ‘대화’다. 지난달 7일부터 8일로 33일째 단식하는 박장규 민주일반노조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장 얘기다. 박 분회장은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대화를 요구한다. 이유는 이렇다.

“구청장님이 진짜 사장이니까요. 우리 노동조건에 관해 직접적으로 결정권한이 있는 분이니까요.”

인력충원과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강북구도시관리공단과 20번 가까이 교섭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공단의 세입과 세출을 관리하는 건 결국 구청이기에 구청과 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북구청 앞 농성장에서 단식 31일차를 맞은 박장규(46·사진) 분회장을 만났다. 공단 산하 도서관에서 기술직으로 18년간 일한 그는 키 173센티미터에 70킬로그램대로 건장한 체구였지만 단식 한 달 만에 15킬로가 빠졌다. 그날은 그를 포함해 2명의 동조 단식자도 단식 9일차를 맞았다. 박 분회장은 “얼른 문제가 해결돼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이순희 구청장이 정치인답게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례하다? 공단 노동자도 강북구민”

분회와 공단의 임금·보충교섭은 2021년 4월 시작됐다. 아홉 번의 교섭에도 성과를 얻지 못해 그해 10월 교섭이 결렬됐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 하루 경고파업을 했는데 그해 3월부터 10월까지 공단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한동안 사후교섭은 멈췄고 같은해 10월17일 신승동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교섭이 재개됐다. 그런데 사측이 노조의 핵심 요구를 모두 거부하면서 교섭은 다시금 결렬됐다. 박장규 분회장은 공단과 1년 넘게 교섭을 하면서 결국 구청과 구청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절감했다고 한다.

“새로운 이사장님도 두 번 만났지만 전혀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이셨어요. 오래 시간을 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구청장께 면담을 요청했죠. 면담요청 공문을 보냈어요. 일이 바쁘시니 바로 미팅은 못 해도 회신은 하실 줄 알았는데 받지 못했어요. 비서실로도 찾아갔죠. 민원 공문도 보냈고 답변이 없어서 찾아갔는데 ‘무례하다’는 식으로 질책하시더라고요.”

이후 지난해 11월28일부터 전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했다. 농성장은 강북구청 안에 차렸다. 박 분회장은 “구청에 환경·미화 노동자 분들이 계시고 구청 역시 우리 사업장이기에 구청으로 들어갔다”며 “구청장님을 만나려고 농성을 했지만 길도 다 비켜드리며 지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업은 36일 만에 종료됐지만 조합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켓시위를 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찰이 강북구청 안 농성장에 있던 이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조합원 7명이 연행됐고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농성장 옆을 지나던 이 구청장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일부 언론은 그 주장을 받아 보도했다. 노사갈등은 깊어졌다.

“평소에는 길을 터 드리고 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는데도, 농성하다가 끌려 나오는데도 (구청장이 행사를 간다며) 전혀 눈을 안 마주치고 외면하니까 조합원들의 분노가 많이 올라온 상태였어요. ‘우리도 강북구민’이라고 하면서 (조합원들과 공무원들이) 밀고 밀렸죠. 그러면서 다리를 접질렸다고 주저 앉으셨어요. 노조가 폭력을 행사할 이유도 없고 합법적 파업을 하는데, 명분이 사라지는 바보 같은 짓을 왜 하겠어요. 당연히 폭행은 없었고 대치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었죠.”

농성장이 철거된 뒤 박 분회장은 강북구청 밖으로 농성장을 옮겨 단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

2인1조 작업 혼자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노조 핵심 요구인 ‘인력충원’에는 노사 간 이견이 크다. 분회에 따르면 현재 공단 정원은 정규직 172명이지만 실제 일하는 인원은 155명이다. 정원 대비 17명이나 부족한 실정이다. 공단은 2014년 대대적으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처우의 ‘무기직’ 채용은 계속됐다. 정년퇴직자 자리는 ‘일자리 쪼개기’로 채워졌다. 박 분회장은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단기 계약자를 엄청나게 많이 채용하다 보니 관리자는 3개월마다 바뀌는 사람들에게 업무를 매번 새로 가르치면서 오히려 업무강도가 세졌다”며 “구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하라면서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상태를 견디다 못해 파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즉시 충원이 필요한 최소 인력은 22명이다. 최소한의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을 보장하는 최소 인력만 산정한 결과다. 공단 내 도서관 사서직의 경우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른 배치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부족은 노동강도 문제뿐 아니라 안전 문제로도 연결된다. 공단 내 시설 담당자로 일하는 김아무개 조합원은 “혼자 사다리를 타고 램프 교체, 감지기 교체, 주차장 사인(sign)물 보수 등의 위험한 업무를 하는데 2인1조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사다리 작업 중 1.5미터 아래로 떨어진 적도 여러 번”이라며 “주말이나 연휴에는 쉬어야 하고 연차를 써야 하는데 대직자가 없어 쉴 때 시설물 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인력충원 요구는 모두 거절당했다. 분회는 공단에 적정인력에 대한 상시적 노사 논의기구 TF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했지만 이 역시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충원이 없어 상시적으로 초과근무가 발생하지만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8년 노사는 인력충원을 전제로 초과근무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합의를 마쳤다. 박 분회장은 “당시 합의로 급여가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며 “월급이 150만원이라면 초과근무가 30만원일 정도로 수당이 (저임금을 보충하는) 급여 성격이 강했고 인력은 당시 조금 충원됐지만 굉장히 미미한 정도라 업무강도는 지속적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정소희 기자
▲정소희 기자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다는 강북구청장”

분회는 강북구청이 공단 문제 해결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다른 자치구에서도 자치구 내 공기업과 구청장이 합의한 사례가 있다. 2020년 노원구서비스공단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40일 이상 구청에서 농성했다. 결국 노조와 당시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하는 TF 구성에 합의하면서 농성이 마무리됐다. 박 분회장은 “교섭을 진행하면 책임자들은 결국 (예산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구청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마포구·서대문구도 모두 구청장하고 노조가 협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장이 공단에 가지는 권한은 각종 조례나 규정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서울특별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설치 조례’에 따르면 이사장 임면권도 구청장에게 있고, 공단이 수행하는 사업을 지정하는 이도 구청장이다. 예산에 대한 시정권, 예·결산을 보고받을 권리, 감독과 보고 및 검사의 권한도 모두 구청장이 가진다. ‘서울특별시강북구도시관리공단 인사규정’에 따르면 공단은 직원을 채용할 때 구청장과 사전 협의 및 통보를 거쳐야 한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실내마스크를 해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단 수영강사들이 입수지도가 어렵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구청장님이 선생님들을 직접 불러다가 입수지도를 계속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습니다. 구청은 공단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다는 건가요?”

박 분회장은 “분회 농성이 노동자 개념을 확장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투쟁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공단은 구청의 하청이나 다름없다”며 “다른 공단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일 텐데 노조가 결성되지 않아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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