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남부발전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중앙노동위원회가 상급단체 조합원 등을 사업장으로 데려와 시위를 벌인 노조간부에 대한 견책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재처분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부당징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판례는 비종사자의 조합활동을 인정하는 추세다.

외부인 인솔 소홀로 견책, 노동위는 “적법”

중노위는 4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3일 A발전(한국남부발전)이 소속 근로자에게 행한 견책이 부당징계임을 인정하면서 사용자에 대해 견책을 취소하고, 견책으로 인한 임금 차액의 지급을 명하는 재처분 판정을 했다”고 밝혔다. 노동위원회 규칙(99조)은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심판위원회 의결을 거쳐 사건을 재처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발전노조 삼척화력지부장을 역임한 A씨는 2018년 11월 해직 조합원 1명과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2명을 ‘노조 사무실 방문’을 목적으로 삼척발전본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후 이사회가 열리던 본관 건물 앞에서 피켓시위를 한 뒤 사장에게 의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과거 발전소는 비종사자 출입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했다가 기각결정을 받은 후 소규모 피켓시위에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측은 “A씨가 외부 인력 인솔 책임을 소홀히 해 노조 사무실이 아닌 본관으로 이동했다”며 견책처분을 했다. 감사 과정에서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점도 징계사유에 담겼다.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라며 구제신청을 했지만, 강원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 모두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며 기각하자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 “상급단체 조합원도 사업장 내 노조활동 허용”

비종사 노동자인 상급단체 조합원도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퉈졌다. 1심은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출입자들이 발전소 내에서 한 행위의 내용과 발전소 업무에 지장을 준 정도, 노조 홍보·선전활동에 관한 사업장 내 관행 등을 볼 때, 이들의 행위는 종사근로자가 아닌 노조 본부 또는 상급단체 조합원에게도 허용되는 조합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가 외부인을 인솔한 것은 성실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아울러 출입자가 4명에 불과했고 피켓시위를 벌인 시간이 2시간 안팎이었던 부분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피켓시위를 한 장소도 노조 홍보·선전활동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본관 건물 앞이고, 의견서 전달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발전소 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측이 이사회 개최일이라 외부인 출입에 민감했던 부분 등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노조법 개정, ‘비종사자 출입 허용’ 잇단 판결

비종사자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는 판결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2020년 7월 금속노조 간부들이 회사 허락 없이 유성기업 공장에 출입한 행위는 정당한 조합활동으로서 공동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후 2021년 5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되면서 비종사 조합원도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노조법 개정 이후인 그해 12월에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대표와 산별노조 간부가 원청의 출입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사업장에 들어가 집회를 진행한 것은 무죄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9월에는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공장이 아닌 다른 지역 공장에 들어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고처분을 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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