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동대문’으로 불리는 복합상가 르네시떼 쇼핑몰. <르네시떼 유튜브채널 갈무리>

‘부산의 동대문’으로 불리는 르네시떼 쇼핑몰이 직원 22명을 징계하고 정리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체 직원 30여명 중 상당수를 해고해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던 쇼핑몰은 사무실 문을 잠그는 등 직원들의 출근을 방해하고도 징계해고를 단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권휴직에 22명 징계·정리해고 단행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르네시떼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쇼핑몰은 5월17일 A씨 등 22명에게 직권휴직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휴직명령은 즉시 해고로 이어졌다. 한 달 뒤 4명에게 징계해고를 통보하고, 7월에는 7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무단결근과 업무용 컴퓨터 무단 반출 같은 이유를 들었다. 11명은 같은달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상가 입점률이 3월부터 줄어 평상시 70%대였던 입점률이 60%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이유였다.

A씨 등은 휴직과 해고가 부당하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부산지노위는 노조위원장의 징계해고를 제외한 나머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노위가 직원 전체에 대한 해고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사측은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

문 잠근 회사 “직원 출근 저지 목적”

법원은 중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먼저 휴직에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봤다. 휴직명령은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려는 방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퇴사한 직원 B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B씨는 “직원들이 매일 출근하려고 했지만 회사가 문을 잠가 들어가지 못했다”며 “2020년 5월16일 잠시 문이 열렸을 때 사무실에 들어가자 회사는 다음날 휴직을 명령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휴직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해 휴직 대상자를 선정한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휴직명령 이후 임금을 전혀 주지 않다가 회사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자 휴업수당 명목으로 임금이 지급됐다”며 “생활상 불이익도 적지 않다”고 봤다.

징계해고 역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크다고 지적했다.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노조위원장을 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사측이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첫 징계해고 당시 노조위원장에게 참석 통지를 하지 않은 채 본인의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서만 제출받았다.

정리해고 세 달 전 직원 4명 고용

회사가 문제 삼은 ‘무단결근’ 또한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부 직원들은 같은해 3월27일부터 5월15일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는 용역회사 보안팀에 문을 잠그라고 지시하고 직원들에게 열쇠를 주지 말라고 지시한 점을 보면 무단결근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5대를 무단 반출한 행위도 9명이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무실 문을 걸어 잠가 직원의 출근을 방해했고, 반출된 컴퓨터도 한 달 만에 모두 반환돼 직원들이 기소유예에 그친 점 등을 근거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1명을 정리해고한 부분도 “징계해고의 대체수단으로 활용했다”며 합리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경영상 악재로 해고하더라도 임금 감액 등 조치를 하지 않았고, 정리해고 불과 세 달 전에 직원 4명을 추가로 고용했으므로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사측은 1심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했다. 쇼핑몰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징계양정을 보면 충분히 해고사유에 해당하는데 재판부가 깊이 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당시 직원들이 악의적인 의도로 상가 전체에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그 부분을 항소심에서 다퉈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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