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의 노조활동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토대로 보육 태도를 문제 삼아 담임교사를 ‘보조교사’로 전직한 어린이집이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어린이집은 노조 조합원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담임교사 업무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 “노조 교사, 담임 배제해 달라” 불만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여아무개 한빛바른보육경영원 대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본지 2022년 9월15일자 5면 “조합원 아동학대범으로 몬 진천 어린이집” 참조>

사건은 충북 진천의 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구성된 노조가 생기며 시작됐다. 2020년 2월 보육교사 5명이 해고되자 보육교사들은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분회의 대응에 해고는 철회됐지만, 노사 갈등은 지속됐다. 분회가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결렬되자 조합원 12명 중 10명이 쟁의행위를 찬성했다. 이후 학부모들에게 호소문을 보내는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 끝에 2020년 12월 단협이 체결됐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오히려 노조활동을 비판했다. 학부모들은 “분회가 개입해 부적격 교사의 해고를 철회했다” “조합원들이 아동학대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진정서를 작성했다. 나아가 “노조에 가입한 교사를 자녀들의 담임에서 배제해 주길 바란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분회장 A씨와 조합원 B씨가 담임을 맡은 반의 만족도가 2020년 상·하반기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부분도 불만 사항으로 지적했다. 해당 반의 원생 38명 중 14명은 1년 사이에 퇴소했다.

이후 전체 조합원(12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은 학부모들이 노조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염려해 분회를 탈퇴했다. 결국 어린이집은 지난해 2월 A씨와 B씨를 보조교사로 전직했다. 보육 태도가 좋지 않아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다. A·B씨는 전직 이후 담임교사 근무수당과 특별근무수당 등을 받지 못해 임금이 약 30% 줄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합원 B씨는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6월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법원 “아동 퇴소는 유치원 이사와 잦은 원장 교체 때문”

A·B씨는 부당전직에 해당한다며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 인용됐다. 중노위는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성실한 협의 절차도 없었다고 봤다. 보육원 대표는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전직처분이 보육교사의 부적절한 보육 태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B씨가 보육 문제를 일으키거나 징계를 받은 바 없다”며 “근로시간 중 노조활동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낮은 학부모 만족도와 원생들의 퇴소는 보육교사들의 보육 태도 때문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부모들의 낮은 평가는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의심과 노조활동에서 비롯된 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아동들의 퇴소 원인은 유치원 이동과 원장의 잦은 교체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전직으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 역시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약 30% 감소한 데다 보조교사는 담임교사의 보조역할에 그쳐 지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직처분은 담임교사를 전제로 채용된 A·B씨의 지위에 중요한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처분에 앞서 협의 절차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재판부는 “본인 동의 없이 보조교사로 전직시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볼 때 어린이집은 면담 또는 협의를 해 A·B씨의 생활상 불이익에 대해 배려할 필요성이 컸다”며 “그러나 어린이집은 협의 없이 내부검토만을 했을 뿐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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