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여름 달궈진 쇳덩이 위에 0.3평 철창 짓고 버텨 조선소 하청노동자 현실을 알린 그는 한겨울 얼어붙은 돌바닥 위 검은색 롱패딩 안에 겨우 들어 노조법 개정을 말한다. 밥을 굶어 소리 키운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겠냐고 물었던 그는 지난겨울, 더는 이렇게 죽어 갈 수는 없다면서 울며 밥 굶던 산재 유가족의 자리에 섰다. 죽으라고 내모는 수백억원 손해배상 칼날을 막느라 칼바람을 맞는다. 헌법이 보장한 노조할 권리를 말하느라 배 짓던 그는 얼음 감옥에 들었다. 송곳처럼 뾰족한 빙산의 일각이다. 겨울, 국회 앞 빼곡하게 어깨 맞댄 천막에 어김없이 사람들이 산다. 노동 개혁이니 불법 엄단이니, 법치니 하는 칼바람 거센 때,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어깨 겯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죽이라고 새긴 현수막 내걸고 밥을 굶는다. 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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