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노동자의 숙직근무 확대와 관련해 성평등 관점에서 당사자 의견을 수렴하고 노조와 협의해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A은행이 운영하는 B센터에서 근무하는 진정인은 당직근무 편성시 여성에게는 주말·휴일 일직, 남성에게는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특정 성별을 이유로 당직을 편성하는 관행은 재고할 필요가 있지만,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서 여성은 폭력 같은 위협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함께 살폈다.

인권위는 “과거와 비교해 여성직원수가 많아지고 보안시설이 발전하는 등 여성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편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성평등 관점에서 보더라도 남성도 가족 돌봄 등의 상황에 따라 당직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서 여성은 폭력 등의 위협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이 야간 시간대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며 “여성에게 야간 당직근무를 배정하려면 우선 여성 당사자 입장을 청취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당직근무 방식은 각 회사의 환경에 따라 다르기에 회사의 특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당직 편성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근로자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사업장의 경우 한 차례 관내 순찰을 제외하면 숙직과 일직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고, 숙직이 일직보다 6시간 길지만 숙직 중 5시간 휴식과 숙직 후 4시간 보상휴가가 부여되며, 남성과 여성의 당직 주기가 같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의 당직 편성이 남성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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