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16다26662/ 2016다26679(병합)/ 2016다26686(병합)

1. 사건 개요와 쟁점

원고는 대한민국(경찰청)이고, 피고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그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및 쌍용자동차지부의 임원·간부들과 조합원, 파업 및 집회시위에 참여한 다양한 개인들 총 104명이다.

원고는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및 관련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집회·시위 진압을 위한 공권력 투입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 치료비와 헬기, 기중기, 차량, 진압장비, 휴대용 무전기 등 경찰장비 수리비를 피고들 전원에게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는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책임 전반이 쟁점이 됐다. 세부 쟁점으로는 피고들 행위의 위법성과 공동성, 손해배상의 대상과 산정 방법, 과실상계·책임제한, 부진정연대책임 적용 여부 등이 있다.

2. 하급심 경과

하급심 판결은 피고들 전체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 전체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들을 총 5개의 큰 집단으로 분류했다.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임원, 간부들과 선봉대장, 금속노조 파견간부와 금속노조를 “A집단”으로 분류해 이들에게 대부분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지웠다. 나머지 집단들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하거나, 경찰 치료비 최대 수십만 원의 청구액만 인용했다. 1심과 2심 선고 액수 합계는 약 13억7천만원, 11억3천만원이었다. 그중 헬기와 기중기 손해가 대부분(99%)을 차지했다.

3. 상고심 선고 결과

가. 원고(대한민국)의 상고 : 모두 기각

1) 피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과거 쌍용차지부와 동일단체여서 책임이 있다는 원고측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과거 쌍용차지부가 피고 쌍용차지부가 아닌 쌍용자동차노동조합(기업노조)과 조직적 동일성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피고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 피고들 모두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고이유에 대해, A집단을 제외한 다른 피고들의 경우 점거파업 등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실행행위를 분담했거나 직접적 실행행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나. 피고들의 상고 : 기각된 부분

1) 파업진압 관련 경찰 치료비와 차량·진압장비·휴대용 무전기 손상에 관해 A집단 피고들의 손해배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부진정연대책임은 부당하며 과실상계도 적용돼야 한다는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파업 과정 중에 있었던 집단행동의 성격과 경위, 규모와 형태, 방법과 진행 과정, 그 과정에서 위 피고들의 지위·역할·지휘계통을 통한 실행행위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에 비춰 볼 때, 공동불법행위자 또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 집회시위 등에 대해서도 각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고, 집회주최자로서의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각 집회·시위의 목적 및 성격, 규모, 참여자의 구성, 그 개최 경위 및 진행 과정과 관련 법리에 비춰 공동불법행위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 피고들의 상고 : 인용된 부분

원심 판결 중 피고들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부분은 다음과 같이 3개 쟁점이다. 1) 피고들의 헬기에 대한 손상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헬기를 이용한 경찰 진압작전의 위법성 여부), 2) 기중기 임대인의 휴업손해 부분이 피고들이 예상가능한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3)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수리비 손해에 관해 80% 책임제한이 현저히 불합리한지 여부다.

1) 피고들의 헬기에 대한 손상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은 헬기를 이용한 경찰의 진압작전, 특히 최루액을 직접 살포하거나 의도적인 저공 제자리비행을 통해 사람을 직접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직무수행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항공 운영규칙,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위해성경찰장비규정) 등에 위배해 헬기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피고들의 헬기손상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2) 기중기 임대인의 휴업손해 부분이 피고들이 예상가능한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은 기중기 임대인의 휴업손해 부분이 민법 393조1항의 통상손해가 아니라, 같은 조 2항의 특별손해로 봤다. 특별손해는 위 조항에 따라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책임이 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국가인 원고가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사용한 기중기가 민간업체로부터 임차했다는 점, 손상될 경우 휴업손해가 발생한다는 점, 그러한 손해를 자신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3)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수리비 손해에 관해 80% 책임제한이 현저히 불합리한지 여부

대법원은 원고가 기중기를 경찰병력의 운반에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장애물의 제거, 시위대에 대한 위협 및 화력소모에 사용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기중기가 무리하게 작동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한 사정에 주목했다. 이러한 손상은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등 스스로 감수한 위험으로 유발된 것이고, 통상의 용법과 다른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사정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80% 인정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4. 의의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찰관의 경찰장비 이용에 관한 재량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불법적인 농성 진압을 위해 그러한 방법으로라도 해당 경찰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의 정도가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범위 내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시해, 그 재량의 범위 및 한계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

국가행정은 법률에 위반돼서는 아니되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행정기본법 8조). 이러한 법치행정은 헌법상 원리인 법치주의, 법률유보원칙에 근거한다. 당시 경찰관 직무집행법 10조3항은 “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해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줘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인 헬기운용 방식은 공중 지휘, 정찰, 인명 수색 및 구조 등의 임무 수행이다. 헬기를 임의로 개조해 물탱크를 장착하고 최루액을 살포하는 행위, 통상의 용도와 달리 저공 제자리 비행으로 농성자들의 생명·신체를 위협한 행위는 명백히 이를 위반한 행위였다.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5헌마476 결정)도 살수차에 최루액을 섞어 살수하는 혼합 살수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돼 신체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고 결정했다. 상고심 진행과정에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오랜 조사 끝에 위 헬기운용을 비롯한 공권력 투입 자체가 위법했다는 점을 인정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같은 점을 지적했다. 이를 받아들인 위 대법원 판결의 설시는 지극히 타당하다. 기중기 투입 역시 법률상 근거가 없고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했으므로 마찬가지 지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쌍용차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위법한 국가폭력이었고, 이에 저항한 피고들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없다. 국가는 지금이라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정,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취지, 2021년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용자동차 국가손해배상사건 소취하 촉구 결의안에 따라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소를 취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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