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을 뼈대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전력정책이 전기사용료를 인상하고 소비자의 효율적 전기사용을 저해한다.”

전력산업정책연대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개최한 세계적 에너지 위기와 새정부의 전력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

한전 판관비 중 전력구입비 2.8%
시장 민영화하면 원가부담 상승

전력 민영화 논란을 분석한 송재도 전남대 교수(경영학)는 전력시장에 다수 판매자가 개입하면 요금이 오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력공사의 영업비용 중 전력구입비를 제외한 판매부문 비율은 2018년 기준 2.8%에 불과하다”며 “앞서 시장을 민영화한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사업 전례에 따르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원가가 상승하고 요금 규제가 제거돼 소비자의 전력요금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각 판매사업자가 매출 극대화를 위해 에너지 이용량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펼 가능성도 크다. 송 교수는 “전력 판매부문을 (민간에) 확대한 미국 텍사스 사례를 보면 무제한 요금제와 포인트제도, 인센티브형 무료 전력처럼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게 하는 요금제가 대거 출시됐다”고 설명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해 데이터 이용량을 확대하는 대신 통신요금을 인상한 이동통신산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력구입계약(PPA) 확대도 요금 인상을 자극한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국내 PPA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력거래소에서 거래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전에 직접 판매한다”며 “재생에너지에 국한한 현재 PPA 개방은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기저발전(화석연료)에 대한 PPA 허용은 차익거래(Arbitrage)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PPA 발전원 건설 프로젝트 자금 조달용
기저발전, 진입 활성화 정책 필요성 낮아

국내 전력 발전원 가운데 석탄연료가 가장 싸고 재생에너지가 가장 비싸다. PPA를 재생에너지에 한해 확대한 것은 전력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비싼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사업자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다. 이를 만약 화석연료까지 확대하면 화석연료를 구입하는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이 증가해 소비자가 높은 원가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송 교수는 “PPA는 가격 위험을 감소시켜 발전원 건설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재생에너지 외 발전원은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와 시장구조를 확립하겠다며 PPA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한전의 독점판매구조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전력시장에 재벌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시장 민영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철호 전력산업정책연대 의장(전력노조 위원장)은 “전력 판매시장 개방은 발전부문만 경쟁으로 된 현재의 전력산업 전체를 민영화하는 핵심 방아쇠”라며 “신자유주의 열풍이 불던 시절 선진사례로 살폈던 영국은 민영화 뒤 큰 폭의 요금 인상과 전력회사 이익 상승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미국 텍사스주는 시장 자유화로 400만가구 정전과 수천만원 전기요금 부과 같은 대규모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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