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흥규 공인노무사(스마트법률사무소)

최근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해 온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노사 간 자율 합의를 통해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정할 수 있는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다. 현재 체제에서 연장근로시간은 1주 단위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운영 중에 있다. 만약 정부가 해당 권고안을 받아들여 제도가 정비된다면,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한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허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서로 상이한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변화되는 근로시간제도가 현행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산업재해는 크게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이 변화되는 근로시간 제도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근로시간 제도의 변화가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겠다.

먼저 업무상 사고의 경우 유연해지는 연장근로시간에 따른 장기근로로 인해 근로자의 부주의, 현장관리자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문제로 사고의 빈도가 증가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는 최근 S그룹 계열의 빵 재료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해당 사고들의 발생 시점은 새벽 6시 무렵으로 장시간 근로의 위험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을 통해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건강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산업재해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장시간 근로와 관련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시정이 필요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근골격계질병과 뇌심혈관계질병을 예로 들 수 있다. 근골격계질병의 경우 산재 근로자들에 대한 빠른 산재 처리를 위해 도입된 ‘추정의 원칙’에서 근무기간 등이 완화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보통의 근로자보다 연장근로를 일상적으로 많이 제공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무기간에 대한 유연한 고려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뇌심혈관계질병의 경우에는 만성과로 요건상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지속·반복적인 연장근로시간과 관련한 요인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또한 과로 판단에서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가중되는 야간근로와 마찬가지로 해당 시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소정근로시간 이외에 고정·반복적으로 제공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근로시간 산정에 있어서 일정 부분 가중치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보장해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인력난과 불규칙적인 초과근로 등으로 인한 문제점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로시간 연장이 불러올 수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제도의 신설과 변화에는 그 양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안전한 일터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만큼 중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현시대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은 불변의 가치다. 따라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특별건강검진, 연속휴가 보장, 의무휴일 등 장시간 근로에 따른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보완책이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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