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조성한 기후대응기금을 정부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에어컨 설치 지원사업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에는 관련 사업예산을 증액할 방침이다.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기후대응기금 909억7천500만원을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 쓰기로 했다. 올해 예산 868억9천800만원보다 40억7천700만원 증액한 규모다.

이 사업은 한국에너지재단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벽체·창호·보일러 시공지원과 폭염을 대비한 에너지 보급 지원을 할 때 비용을 100% 보조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에어컨에서 배출하는 수소화불화탄소(HFCs)가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주요 물질이라는 점이다. 장 의원은 “저소득층 냉난방 시공 및 설비지원은 필요한 사업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어컨 설치를 탄소중립을 위해 신설한 기금으로 집행하는 것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지난해 기후대응기금 예산 심사에서도 있었으나 시정이 없었다.

기재부는 기후대응기금만으로는 재원이 모자라자 전혀 무관한 복권기금을 끌어오기도 했다. 장 의원이 입수한 복권기금 사용신청서와 복권기금운영계획안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관련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복권법에 따르면 복권기금을 사용하려는 중앙행정기관은 3월31일까지 복권기금 사용신청서를 복권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복권위원회는 복권기금 사용신청서를 바탕으로 복권기금운용계획안을 이듬해 5월31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복권위원회는 장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기후대응기금 전출 관련해 제출된 내역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장 의원은 “법이 명시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 미비”라고 꼬집었다.

이어 “에어컨 보급사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배치되는 사업으로 기후대응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이제라도 사업과 기금을 목적에 맞게 산업통상자원부로 재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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