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난을 악용한 가짜 구인업체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취업사이트 등에 버젓이 구인광고를 내놓고, 이를 보고 찾아오는 구직자들에게 다단계판매 회원가입을 권유하거나 물품판매를 강요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주부 도아무개(35·대구시 범어동)씨는 지난달 초 ㅁ실업이라는 업체가 생활정보지에 실은 홈쇼핑 전화상담원 구인광고를 보고 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업체 관계자는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을 갖고 와 면접을 보라”고 했다. 도씨는 면접을 본 그날 저녁 바로 합격통보를 받았다.

설레는 마음에 첫 출근을 했던 도씨는 회사쪽의 업무설명을 듣자마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장품과 코트 등 370만원 어치를 구입해야 입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다단계업체에 속았다는 생각을 한 도씨는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실장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회사에 다니면서 생활정보지에 구인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370만원어치의 물건을 팔면 113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요즘 취업난 상태여서 한달에 수십명의 직원(회원)을 모을 수 있다”고 도씨를 유혹했다. 도씨는 결국 370만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도씨는 물품도 한개도 팔지 못했다. 도씨는“아들의 학원비를 대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취직자리를 얻으려 했는데, 결국다단계업체에 걸려 들고 말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는 전아무개(23·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지난해 11월말인터넷 취업사이트에서 영어강사를 뽑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ㄱ사를 찾았다. 전씨가 이력서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찾아가자, 회사쪽에서는 10분간의 면접을 마치고 합격했다며 다음날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다음날 회사를 찾은 전씨는 회사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영어강사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재를 구입해야 한다”며 136만원어치의 영어교재를 사라고 강요한 것이다. 고민끝에 전씨도 결국 영어교재를 구입했다.

하지만 회사쪽은 이후에도 6개월간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이 기간 동안영어교재 판매를 강요했다. 전씨는 “이 회사를 노동부에 고발하는 것을 고려하고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구인광고를 내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에게 물품판매, 수강생모집, 투자요구, 다단계판매, 자금모집 등을 강요한 사례가지난해 상반기만 422건에 이른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종집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과 맞물려 피해사례가 두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에도 한달에30∼50여건씩 허위 구인업체들로 인한 피해사례가 신고되고 있다. 시민의 모임 이혜숙 기획실장은 “회사 채용조건으로 투자를 요구하거나 채용조건에 비해 급여를 너무 높게 제시하는 경우는 유령회사 또는 다단계업체일 확률이 높다”며“구직자들은 회사의 설립연도와 사업자등록증, 직원수 등을 정확하게 확인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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