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벤스 보고서는 노동당과 보수당을 오가며 만들어졌다. 노동당 정부에서 보고서를 만들 ‘로벤스위원회’를 구성했고, 보수당 정부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했다. 위원회가 만들어 낸 로벤스 보고서를 받아 정책을 만든 곳은 노동당 정부다.

집권당 변화에도 위원회가 활동하고, 보고서가 쓰여지고, 제대로 집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로벤스 경에 대한 신뢰가 꼽힌다.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로벤스 경은 보수당과 노동당, 노사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한 사람이다. 그 지지와 옹호는 그가 지닌 합리적 노사관계론에서 비롯됐다.

로벤스는 노동당에서 노동부 장관까지 역임했고, 차기 수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사람이다. 하지만 1959년 총선 패배 후에는 1960년부터 로벤스위원회 위원장을 맡기 전인 1970년까지 국영 석탄공사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10년간 이사장으로 지내며 석탄 산업의 침체를 늦추고, 평균 2주에 한 번꼴로 탄광 갱도를 방문해 광부들과 대화를 나눴다. 영국의 산업발전을 지지했고, 노동안전에 대한 책임이 새로운 산업발전과 기업경영에 필수 요소가 됐다는 사실을 재계에 설득했다. 영국 전국석탄노조는 그를 지지했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그는 진보적인 신념을 정당화하는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했고, 보수당 정부에서도 일을 해 노동안전 체제를 재편했다”며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노동 현실을 앞으로 이끌기 위해 현실적 개선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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