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대상결정 : 헌법재판소 2022. 10. 27. 선고 2019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

1. 서론

가사사용인은 근로자인가? 근로자의 개념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정의를 빌리자면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다. 이 정의로부터 근로자이기 위해서는 직업의 종류는 상관없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일 것이 요구된다. 가사사용인 보수의 적정성 문제, 부당한 근로계약관계 종료로부터의 보호, 근로시간에 대한 법적 규제, 휴일·휴가권 획득의 문제, 재해보상의 문제, 퇴직금 지급의 문제 등 가사사용인의 처우에 관해 제기되는 많은 법적 문제들이 있는데, 이 문제들은 “가사사용인은 근로자인가?”라는 질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단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그렇다면 왜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등 근로자에 대한 노동보호법제와 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적용에서 당연히 배제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대상사건은 이 설명을 한 최초의 헌법재판소 결정이고 “가사사용인도 근로자”라는 답을 보여줬다. 다만 그렇다면 왜 가사사용인들에게는 노동법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설명에서 대상사건의 결론, 즉 합헌결정을 이끈 다수 헌법재판관의 설명은 예견된 수준의 것이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 내용이 이 예견된 수준에서만 머물렀다면 굳이 지금 이 지면을 빌려 이 사건을 검토할 필요도 없었겠다. 하지만 다섯 차례의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의 과정에서 결국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되는 역사를 보여준 간통죄 위헌결정과 같이, 언젠가는 이 결론이 바뀔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충분한 기대를 하게 해 준 일부 소수 헌법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 사건을 자세히 검토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2.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청구인이 한 개인의 가사사용인으로 고용돼 근무하다가 퇴직하면서 그 개인을 상대로 퇴직급여법에 의한 퇴직금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소가 제기된 법원이 청구인의 퇴직금청구를 기각했고, 제소 과정에서 청구인은 수소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했지만 그 또한 기각되자 청구인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퇴직급여법 3조(심판대상조항)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및 가구 내 고용활동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소원에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헌법상 평등권과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32조4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 다수의견은 ①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법령 등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비로소 재산권적 성격이 인정되는 바, 애초 퇴직급여법의 적용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돼 있는 가사사용인의 경우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급여의 요건 자체가 결여돼 있기 때문에 심판대상이 아니고 ②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은 적극적 급부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이 퇴직급여를 받지 못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이 제한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③ 헌법 32조4항은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성만이 가구 내 고용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고 가사사용인 중 여성근로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초래되는 법적 효과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주장 중 심판대상조항의 평등권 위반 여부만을 판단했다.

3. 헌재의 결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헌재의 결론은 일견 예상되는 범위 내의 것이었다. 즉 헌재는 퇴직급여법이 가사사용인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그 적용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사사용인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지만 그 근로가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퇴직급여법을 적용하게 되면 가사사용인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퇴직급여법상의 사용자가 돼 퇴직급여법상의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국가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용자 및 이용자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가사의 사생활적 특성으로 인해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다.

둘째, 퇴직급여법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준수할 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가사사용인 이용 가정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퇴직급여법의 전면적용은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셋째, 가사사용인의 고용현황 등 그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급여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게 될 경우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할 행정인력 등의 대폭적인 증원이 선행돼야 하는 바, 막대한 행정비용이 요구된다.

넷째, 비록 일부 가사사용인에 대해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어 근로자로서 근로관계법령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가사근로자법은 이용자에 대한 사생활침해 정도나 가사서비스 이용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관리 감독이나 현황 파악이 비교적 용이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소속 일부 가사근로자들에 대해 근로관계법령을 적용하도록 한 것일 뿐이다.

결국 헌재는 가사사용인을 이용하는 가정의 부담을 고려하는 한편, 가사사용인의 근로가 이용자 및 그 가쪽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할 행정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비록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제정돼 일부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보호법제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이는 가사사용인이 어디에서 일할지를 선택함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이고 가사근로자법 본연의 취지가 모든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보호법제의 적용을 도모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 결론에 대한 반대의견

이 사건에서 2명의 헌법재판관은 퇴직급여법상 가사사용인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여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 반대의견이 내보이고 있는 가사노동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반대의견은 먼저 국제노동기구(ILO) 189호 협약의 전문을 인용하면서,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보호법제 적용배제가 가사노동의 특수성, 즉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다는 이유도 고려됐을 수 있지만, 그 기저에는 “가사란 당연히 여성이 도맡아 하는 일이고 따라서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공식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던 전통적 고정관념”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즉, 가사노동은 애초부터 ‘노동’이 아니거나 보호가치가 미미하다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의 영향이 존재했고, 이는 또한 사회구조적 또는 심리적으로 가구 내 고용활동 분야가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인 여성 집중 직종이 되게 만드는 주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사자 중 절대다수가 여성인 가구 내 고용활동 분야에 근로관계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차별적 현실은 다시 가사노동에 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고착화·영속화하는 데 기여하게 됐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여성의 근로를 특별히 보호하고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32조4항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가사사용인에 대한 근로관계법령 적용 배제에 대해 엄격한 심사척도를 적용한 비례성 원칙에 따른 위헌심사가 이뤄져야 함을 요구했다. 다수의견이 배제한 헌법 32조4항이 가사사용인의 적용배제를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심사의 기준이 돼야 함을 말한 것이다.

그 결과 우선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해, 비록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에는 성별에 대한 무의식과 사회적 의식의 영향에 따라 가사사용인에 대한 근로관계법령 적용 배제에 적극적 차별 의도는 없었다 할지라도, 지금도 그러한 무의식과 사회적 인식을 용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가구 내 고용 활동에 대한 근로관계 법령 배제’와 같은 성차별적 법·제도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해 가사사용인에게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수용하게끔 강제하고, 가사사용인이 퇴직급여법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함에 따라 여전히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화돼 있고 차별에 취약한 여성의 고용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이는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로서 근로 내지 고용의 영역에 있어서 특별히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둘째, 차별대우의 적합성과 관련해 현행법상 퇴직급여는 본질적으로 근로제공의 대가인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바, 고용활동 종료 후 임금의 성질을 갖는 퇴직금의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공간 또는 시간적으로 ‘가구 내’의 사생활과 무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차별대우가 가정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적합한 수단일 수 없다.

셋째, 가사사용인이라고 해서 퇴직금을 근로자들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른 퇴직급여법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없고, 가사사용인은 이미 노동관계법령의 적용제외로 인해 각종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소외되고 있는데, 퇴직급여제도에서까지 배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게 되는 바, 그러한 차별대우가 비례적이지 않다.

4. 평가

과거 근로관계법령상 적용제외 규정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헌법소원 등이 있었는데, 이는 주로 근로기준법상 상시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을 적용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규정(현행 근로기준법 11조1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헌재 1999. 9. 16. 98헌마310, 헌재 2005. 10. 11. 2005헌마946, 헌재 2019. 4. 11. 2015헌마825, 헌재 2019. 4. 11. 2017헌마820 등 참조).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등의 원칙적 적용제외와 함께, 이번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보호법제 적용배제 규정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특히 반대의견에서 보여주고 있듯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보호법제 적용배제는 가사노동을 공식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통적 고정관념이 여전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보호법제 적용배제에 대한 헌재의 결론이,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등의 원칙적 적용제외 규정에 대한 결론과 함께 너무 늦지 않은 시간 내에 다른 방향으로 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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