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김만재(57·사진) 금속노련 위원장이 28대 한국노총 임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현 집행부는 개점휴업 상태”라며 “지난 3년처럼 존재감 없는 노총은 없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라고 주장했다. 당선된다면 1년 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구체적인 공약도 내놓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규제 완화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는 “박근혜 정권과 같은 길을 간다면 윤석열 정부도 그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속노련 사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출마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앞서 한국노총 임원선거 출사표를 던진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과 후보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노총 지난 3년, 존재감 없었다”
“당선되면 1년 뒤 조합원에 재신임 물을 것”

- 이번이 세 번째 출마다.
“지난 3년 노총 집행부의 활동을 보며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노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임원선거에 도전할 것을 강하게 권했다.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의 노동탄압·공안정치를 분쇄하고 한국노총의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선거다. 이런 순간에 발을 빼는 것은 김만재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내 목표는 노총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당당한 한국노총 위원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조합원에게 떳떳하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서 한국노총을 지킬 수 있다. 지난 두 번의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도전했을 때 쉬운 길로 갈 수 있는 유혹을 뿌리쳤던 이유다.

현장의 조합원을 한국노총의 주인으로 바로 세울 것이다. 조합원에게 묻고 또 묻겠다. 언제든 조합원에게 평가받을 수 있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위원장이 되고자 한다.”

- 현재 집행부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 한국노총 집행부는 개점휴업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3년처럼 존재감이 없는 한국노총은 없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현 집행부는 지난 선거공약으로 (조직확대를 위해) 활동가 50여명을 지역으로 내려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정책연대를 통해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는데 현재의 타임오프도 겨우 지켜 냈다.

소통도 많이 부족했다. 조직 내 민주적인 운영절차를 준수하고 올바른 조직문화에 기반해 현장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잘 안 됐다. 답은 정해 놓고 회원조합에게 결과만 통보하는 식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조합원들이 평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노총 내 민주적인 운영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나.
“노총의 대의원대회는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다. 그런데 대대 결정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 예산의 경우 집행을 하다 보면 초과 집행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치는 등 절차가 준수돼야 하는데 무시되고 있다. 11월5일 예정됐던 전국노동자대회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지만 (이태원 참사로 해당 기간이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지자) 취소됐다. 내가 위원장이었다면 추모집회를 했을 것이다. 현장이 들끓고 있는데 대의원들의 결정사항을 임원 몇 명이 바꿨다. 이것이 관례가 돼선 안 된다.”

- 당선시 공약이행을 위한 방안은.
“당선 즉시 현장 조합원들이 언제든 참여해서 공약이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 조합원 청원 게시판도 만들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들이 요구하면 노총 위원장이 직접 답하도록 하겠다.

절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일하는 노총을 만들기 위해 나부터 죽기 살기로 뛸 생각이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중간평가를 받겠다. 당선 후 1년이 될 때 어떤 방식으로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나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

“차근차근 현장 투쟁 조직,
그 힘으로 노정교섭 요구할 것”

-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정책 후퇴가 계속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부터 노동에 대한 철학은 보이지 않았고 친기업 행보는 뚜렷했다.

대선공약을 비롯해 인수위원회 국정과제, 노동시장개혁 추진 방향, 취임 100일 기자회견,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가동,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취임 등 일관되게 반노동 정책 시그널을 내고 있다. 취임 100일 동안 노동은 배제한 채 경제단체와 대기업 대표만 13번 만났다. 특히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다.”

- 근본적인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반노동, 친기업적 정서가 문제다. 왜곡된 인식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강성노조 문화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도 타협을 위한 대화 노력도 하지 않고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동개혁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는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뜻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박근혜 정권과 같은 길을 간다면 윤석열 정부도 그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차기 한국노총 임원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이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반등시킬 카드로 노조를 국민의 공공의 적으로 돌려세우고, 노조에 대한 정부 감독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장해 공안정국을 만들려는 모양새다. 최종적으로 양대 노총의 항복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나는 평생 노조를 조직하고 협상하고를 반복해 온 조직활동가다. 차근차근 현장을 조직하고, 현장이 한국노총 지도부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그 힘으로 노정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력을 확인시켜 준다면 윤석열 정부도 노총과의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 요구할 것”

-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투쟁과 협상의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필요하다면 경사노위 참여를 통해 조합원들의 요구를 실현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현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있는 한 경사노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노동을 적대시하는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말인가. 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다면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를 요구할 것이다. 관철되지 않으면 조직적 결의를 통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할 것이다.”

- 구성하고자 하는 후보조는 개혁진영인가. 유일한가.
“향후 3년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견제하고 끊임없이 개혁하는 집행부를 개혁진영이라고 표현한다면 김만재는 유일한 개혁진영이 맞다. 그 누구보다도 선명한 개혁진영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네 편 내 편 나누는 것은 진정 한국노총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에는 오직 연대와 투쟁이 있을 뿐이다. 통합된 한국노총을 건설해 반노동정권에 대한 투쟁을 조직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갈라치는 벽을 만들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

- 일각에서는 ‘타협을 모른다’고 한다.
“‘김만재는 너무 강하다. 대화가 안 된다. 타협할 줄 모른다’며 악의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강한 철학과 이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타협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맹에서 23년 동안 몸담아 올 수 있겠나. 타협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노동개악이나 불의와 타협할 수는 없지 않나. 타협의 대상은 따로 있다. 정의를 위해, 우리 노동의 미래를 위해 타협해 나가야 한다. 노동 적폐를 담은 입법과 정책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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