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윤석열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넘기도록 참사에 제대로 직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사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독립적인 재난조사를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이 일상회복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생명안전 시민넷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주최한 ‘10·29 참사,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다 : 정부대응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오지원 생명안전 시민넷 법률위원장이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 형사처벌 만능주의서 벗어나야”

오 위원장은 참사의 직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경험밖에 없는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수사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언급한다”며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많은 참사에서 이미 확인됐다시피 수사와 형사처벌의 한계는 뚜렷하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에서 검찰 수사로 법원서 처벌된 대응 관련 공무원은 123정장 한 명뿐임을 상기시켰다. 오 위원장은 “뒷짐 지고 있던 해경 지휘부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똑같이 퇴선명령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였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책임에 치중하면 참사에서 사회적 교훈을 남겨야 하는 국가적 기록물은 수사기록, 재판기록으로만 남고 사회적 교훈을 위해서는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며 “참사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일도 필요하지만 형사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수사에 앞서 동시에 독립적인 재난조사가 행해져야 한다”며 “수사를 통해 개인들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진상규명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재난대응에 필수적인 협업체계를 만들고 그것이 위기상황에서 현실화하는 데 관심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 순간에도 개인들에게 징계와 형사책임을 지우고 공무원들의 책임공방만 거듭하면서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진상규명 위해 수사와 국정조사 모두 다 해야”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국정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8년 전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국정조사를 했던 전례가 있다”며 “진상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수사나 국정조사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사 발생 이후 모든 사항은 한 점 부족함 없이 피해자와 유가족 입장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진정한 애도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란 개별적인 법위반 사항을 발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건 발생 배경과 원인, 시스템의 문제를 들춰내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늘 결정권한이 없는 사람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사건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이 예견되고 그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을 했는지, 참사를 예견한 절박한 신고가 있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원식 국회 생명안전포럼 대표의원과 송경용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최희천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국장,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팀장, 오영환 국회 생명안전포럼 연구책임의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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