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동센터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로 당선한 뒤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했는데, 내년에는 더 깎일 상황에 처했다. 센터 직원들의 고용불안은 물론, 센터사업 주요 대상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표방하는 ‘약자와의 동행’은 허언일 뿐인가.<편집자>

▲ 유주영 공공운수노조 자치구노동센터분회 부분회장
▲ 유주영 공공운수노조 자치구노동센터분회 부분회장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참 씁쓸하기만 한 요즘입니다. 오세훈 시장님은 서울시 홈페이지의 조직도를 잘 아시죠? 서울특별시장 위에 진한 파란색으로 시민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시민을 위해 서울시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시민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실상은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장님은 현재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민간위탁 기관들의 노력과 성과들을 무시한 채 노동·주민자치 정책들을 부당하게 핍박하고 있습니다.

노동센터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지원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노동센터가 연구조사를 하다 만난 일하는 서울시민은 지금까지 5만여명에 달하며, 노동법률 상담과 권리구제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 노동센터들은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법률 교육뿐 아니라 세무교육과 인권교육, 다양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혹서기에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생수나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차별받고 폭언과 갑질에 고통받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캠페인과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토론회를 개최해 조례제정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노동자를 위한 심리치유 프로그램과 함께 감정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실시했습니다.

차별받고 배제돼 왔던 청소·경비·이동·돌봄·특수고용직·비정규직·청소년의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대폭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센터의 예산을 축소한다면 노동자들은 대체 어디에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으며 어디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어디에서 무료로 노동법률 상담을 받고 권리구제 방법을 지원받을 수 있겠습니까.

오세훈 시장님!

시장님이 시정방향으로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에서의 약자가 도대체 누구입니까. 지난 10여년 동안 노동센터가 해 온 역할이 ‘노동약자와의 동행’인데 시장님은 어떻게 노동센터 예산을 대폭 삭감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시장님이 약자라고 지칭한 취약계층 노동자, 영세사업장·비정규 노동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 왔습니다. 또한 무수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산삭감 때문에 센터 상근자들은 사기저하뿐 아니라 고용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노동센터에서 일하는 상근자들 역시 위탁기간인 1년~3년의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심지어 자치구 노동센터는 5명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의 대부분을 적용받지 못하는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지만, 우리는 불평하지 않고 일했습니다. 센터 성과평가의 '고용안정' 항목은 대체 왜 있는 것입니까. 1년~3년의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상근자들에게 고용안정이란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한 평가지표입니까.

우리 상근자들은 계약만료 기간이 다가오면 늘 재계약 결정이 날 때까지 불안에 떨며 일합니다. 주기적으로 고용불안을 겪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을 하나라도 더 발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일한 대가가 겨우 예산삭감입니까. 2021년까지 서울시에서 100% 지원했던 예산을 올해는 13% 삭감해 일방적으로 자치구에 떠안겼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44.5%를 삭감한다고 합니다. 자치구에서 보전해 주지 않는다면 센터 운영이 어려워져 진행해 온 사업을 중단하거나 센터가 폐쇄될지도 모릅니다.

오세훈 시장님!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예산삭감하지 말고,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서비스의 기회를 박탈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할 뿐입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축소시키고 폐지하면서 성과를 강요당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우리는 고용이 보장된 서울시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시민입니다. 서울특별시 조직도의 맨 위에 명기돼 있는 바로 그 시민입니다. 우리는 공정한 서울에서 제대로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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