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전자파에 노출돼 일하는 전기(배전) 노동자에게 발생한 감상선암을 산재로 본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해 관련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유사한 질병에 걸린 배전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제약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최소한의 보상받을 권리마저 박탈하는 이유 없는 항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정남(53)씨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배전노동자로 일했다. 주로 전신주에 올라 전기가 흐르는 가운데 송·배전선로 유지·보수를 했다. 활선작업이라 부른다.

2015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그는 이듬해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2020년 불승인 판정을 했다. 공단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그는 지난 7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본지 2022년 8월3일자 2면 ‘배전노동자 ‘갑상선암’ 첫 업무상 재해 인정’ 참조>

재판 과정에서 공단은 활선작업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희귀질환이나 첨단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업무와 업무상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과학적 결과를 도출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을 두고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활선작업 중 전자파에 노출된 것이 발병 원인일 수 있다고 봤다. 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2월2일 변론을 시작으로 2심이 시작된다.

노조는 공단의 항소가 김씨처럼 유사한 질병을 앓고 있는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갑상선암·피부암·혈액암·후두암 등을 앓고 있다고 노조에 제보한 배전노동자는 12명이다. 이 중 단 한 명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단에 배전노동자 피부암에 대한 산재도 접수돼 있지만 4년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김씨의 갑상선암 사례 등을 보며 아예 산재신청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공단은 무턱대고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김씨 사건에서 재판부 판결 의의가 바로 공단 존재 이유임을 각인하고 산재 사건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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