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같은 모성보호급여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내년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보다 8.7%나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모성보호급여의 86%가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에서 지출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근 모성보호급여 지출액의 30%를 일반회계에서 충당하도록 수정안을 의결했는데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업급여계정에서 나가는 육아휴직급여
내년 고용보험기금 지출 12% 차지

23일 고용노동부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 모성보호 육아지원 지출은 2조1천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내년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올해보다 8.5%(1조6천억원) 줄었는데 모성보호 지출은 8.7%(1천673억원) 늘었다. 전체 고용보험기금 지출의 12%가 ‘모성보호 육아지원’ 예산이다.

모성보호 예산은 육아휴직급여뿐만 아니라 유산·사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등을 지급하는데 재원은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계정과 일반회계에서 마련한다. 출산 장려와 복지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2018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회가 부담해야 할 ‘모성보호’ 지출을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노사가 만든 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은 2001년부터 육아휴직 제도 도입 당시부터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애초 제도를 설계할 때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했지만 재정형편을 이유로 고용보험으로 떠넘겨졌다. 그러면서 고용보험 울타리에 들어오지 못한 자영업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모성보호는 사각지대로 남았다가 최근에서야 지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환노위는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부담 적용확대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건강보험의 재정형편상 고용보험이 부담토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고용보험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소요비용의 일정 부분을 매년 일반회계 예산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고용보험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2020년 5월 실업급여 월 지급액이 사상 처음 1조원대를 넘어선 이후 올해도 8천억~1조원 규모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 예산이 11월에 바닥나면서 재정당국이 1조3천억원을 긴급 투입했는데, 올해도 지난달까지 9조3천609억원이 집행돼 83.7%의 집행률을 보이는 상황이다.

고용보험법은 대량실업 등에 대비해 실업급여계정이 해당연도 지출액의 1.5~2배의 여유자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적립배율은 0.3배에 불과했다. 노동당국은 올해와 내년에도 적립배율이 0.3배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고용보험기금 재정 ‘빨간불’
보험요율 0.2%포인트 올려 노사 부담, 정부는?

고용보험 적자 폭이 커지자 노사정은 고용보험요율을 올해 7월 1.8%로 0.2%포인트 인상했다. 2019년 10월 보험료 인상 후 정부가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요율 인상을 결정한 것이어서 노사의 불만이 크다. 노사정은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고용보험료 인상을 결정하면서 일반회계 전입도 확대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2천200억원에서 올해 3천억원으로 700억원 증액하는 데 그쳤다. ‘긴축재정’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모성보호에 대한 내년 국고 부담을 올해와 같은 3천억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환노위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성보호 지출의 30%’까지 일반회계 부담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올해의 두 배 규모인 6천301억9천만원을 배정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통과 전망은 안갯속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우리 국회가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 양원제도 아닌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무력화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모성보호의 국가 책임 확대는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합의와 환노위 결의가 있었던 만큼 이를 존중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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