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인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교섭창구 단일화 및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제도가 2011년 도입됐다. 2021년 노동위원회 통계를 살펴보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제기한 건수는 592건이다. 지난해 복수노조 사건 중 29. 4%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노조사무실 등 기본적인 조합활동에 관한 사항은 노동조합 자체의 존속·유지 활동에 관한 것으로 근로조건 통일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할 것이다. 규범적인 부분과 함께 노조활동에 관한 부분에서도 소수노조로서는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협상을 통해서 얻어 내는 결과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조설립 이후 처음으로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의 노조사무실·타임오프 요청을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즉시 들어주지 않는다면, 소수노조는 일반적으로 단체협약 체결 후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한다. 그런데 단체협약이 최종적으로 체결될 때까지 소요되는 꽤 긴 시간들을 생각하면 결국 소수노조는 대부분 노동조합 사무실 없이, 연차 등을 소진하면서 조합활동을 한다.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경우 노동위원회 인용판정을 사용자가 불이행할 때 불복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노동위원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만,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 사건은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2020년 8월 설립된 신규노조였던 한 노동조합은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후 지난해 1월 교섭대표노조에 노조사무실 제공 등 교섭요구안을 보냈으나 단협이 체결될 때까지 조합사무실을 제공받지 못했다. 통보받은 단협에도 조합사무실 근거 규정이 없었다.

대법원은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는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실현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교섭대표노조로서는 종전 단협에 노조사무실 근거 규정이 없더라도 소수노조가 조합사무실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단협에 조합사무실 근거규정을 명시하고, 소수노조에도 제공해 줄 것을 사용자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공정대표의무를 다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는 자신들에게 권한이 없으니 사용자에게 직접 청구하라고 했다.

사용자는 공정대표의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기도 전인 노조설립 당시부터 3개월이 지났으니 제척기간이 도과됐고, 전국적으로 이미 교섭대표노조에 노조사무실 세 곳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소수노조에게는 단협 규정이 없으므로 조합사무실 제공할 의무가 없으며, 소수노조 조합원수가 적고 공장에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초심과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 주장이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정했다,

사용자는 판정에 따라 소수노조에도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조합사무실을 제공해야 하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소수노조가 한 달에 4번, 1회 사용시 2시간 동안 사용자의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보충협약을 교섭대표노조와 체결한 뒤 이를 일방 통보했다.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의 보충협약 체결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이미 공문으로 법 위반이라는 뜻을 전달했으나 소수노조는 노조사무실을 요청한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도 여전히 조합사무실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초심 또는 재심판정은 재심판정 또는 행정소송으로 불복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이때 관계 당사자들이 노동위원회의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하고, 불이행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9조(벌칙)에 열거된 위반사항에 해당하므로 소수노조는 고용노동청에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사항에 대해 끝까지 버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용자의 형사처벌 및 금전보상 등으로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조합사무실을 제공받지 못한 상황을 위로받을 수는 없다.

노동위원회는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행강제금 부과조항을 두고 있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 사건을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이유가 없다.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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