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당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가 아닌 ‘월·분기·반기·연간’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2022년 11월18일 매일노동뉴스) 뻔한 뉴스였다. 예상했던 대로여서 이 첫머리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싫어졌다. 도대체가 지겨운 세상이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인 세상이라서 지겹다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 이 나라는 퇴행할 궁리만 하는 것인지 나는 지겹기만 하다. 아무리 떠들어 봐야 쓸 데가 없다. 여기도 저기도 가짜다. 자유도, 권리와 의무도, 책임도 그 개념을 잃었다.

“이를테면 월 단위로 바뀌면 월 52.2시간 안에서 한 주에 연장근로를 몰아 시킬 수 있게 된다.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방향’과 같은 내용으로, 예견된 결론이다.” 뉴스는 17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발표한 방안이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것과 같은 내용이라서 위와 같은 결론은 예견된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매일노동뉴스의 기사를 찾아봤다. 지난 9월7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를 찾아 연장근로를 1주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의 근로시간 제도를 참고하겠다며 정책 방향을 알렸”고, 이미 6월16일 윤석열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노동시간과 관련해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으며, 같은달 23일 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 총량 규제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확대하겠다”라고 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윤석열 정부에서 연장근로에 관해 주 단위에서 월 단위 등으로 확대를 추진해 왔다는 것은 일일이 뉴스 기사를 찾아 살피지 않더라도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통해 노동시간에 관해서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대통령으로서 그 공약 이행을 포기한다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2. 무슨 연구회에서 마련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어떤 연구회인지가 궁금했다.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해 지난 7월18일 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추진과제인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는 앞으로 4개월간 노동시장의 개혁과제들을 논의하며, 종료 후 구체적인 제도개선 및 정책제언을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당시 노동부는 발표했다. 그러고 보니 관제 어용연구회인가.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학계를 중심으로 총 12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에 대한 전문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인사조직·노동법 등에 조예가 깊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신진 학자이고 △근로자 건강권 보호 등 보완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보건전문가 등을 포함하는 등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런 뉴스를 살펴보면, 이 연구회에서 마련한 방안을 윤석열 정부가 장차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노동부의 발표에 따른다면 연구회가 마련해 정부에 권고하고, 이 방안을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안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노동(법) 전문가들이 논의해서 마련한 방안이 어떻게 윤석열 정부의 추진 방향과 부합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 머리가 노동자에 편향돼서일까.

정부 발표에 따르면,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 등에 관한 전문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서 균형 잡힌 논의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뻔한 것인가. 예상했던 대로 대통령 공약대로, 장관 말대로일까. 이 나라에서 균형 잡힌 머리를 가진 근로시간 등 노동(법) 전문가들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노동제에 관한 논의하게 되면, 대통령 공약대로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52시간제로 하지 말고 월 단위로 확대해서 주 단위로는 52시간을 초과해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인가. 혹시 예견된 결론을 위해서 뻔한 전문가들로 구성했던 것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이 나라에서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회가 마련한 방안이 대통령 공약대로고, 장관이 밝혔던 방향대로인 것일까.

3. 장관의 발표대로라면,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연구회는 뻔하다. 아무리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변명을 해도 대통령 공약대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구성된 것이 분명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제에 관해 균형 잡힌 전문가들이 논의해서 마련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하지 않았다. 주 52시간제에 관해 주 단위가 아니라 그 단위 기간을 확대해서 특정한 주에 52시간을 초과해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다. 도대체가 균형 잡힐 수가 없는 전문가들이 필요했을 뿐이다. 혹시라도 대통령 공약 내용과 다른 방안을 마련할지로 모를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연구회가 구성되기라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뻔한 연구회고, 전문가였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뻔뻔하게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구성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냥 대통령 공약 내용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마련해 줄 전문가들로 연구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히면 그만이었다. 그랬으면 괜히 내가 이렇게 끄적거릴 일은 없었다. 노동부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무슨 연구회를 대통령 공약을 지지하는 전문가들로 구성했다고 발표했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일어나기라도 하나. 온갖 불공정이 공정인 양 취급되는 이 나라에서. 그렇게 발표했다면 우리는 아무개 교수는 윤석열 공약을 지지하는 자라고 분명히 알게 됐을 것이고, 이에 따라 앞으로 그가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괜히 노동자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괜한 기대는 갖지 않아도 됐을 것인데 아쉽다.

4.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와 연구회가 위와 같이 연장근로의 단위 기간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 등으로 확대 방안을 마련·추진하면서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외국 사례다. 프랑스·독일·영국 등의 노동시간 제도를 들고 있다. 프랑스는 12주로, 영국은 17주로, 독일은 24주로 연장근로에 관해서 규제 단위로 정하고 있다는 걸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8시간 이내로 1일 근로시간으로 정해서 이를 초과하는 경우 연장근로인 것이지만, 6개월 또는 24주 이내의 단위 기간을 평균해서 그 노동시간이 일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10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니 특정한 주에 최대 60시간까지 가능하다. 이것은 독일 노동법상 법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독일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노동시간제는 법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처럼 사업장 단위로 정하는 노동시간제와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법처럼 독일 노동자 일반에 적용되는 산별협약에서 정하는 노동시간제가 있다. 통상적으로 산별협약으로 정한 노동제는 주 35시간제다. 그러니 우리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1천900시간이 넘는데 비해 독일은 1천300시간 정도다. 독일·프랑스·영국의 노동자에 비하여 우리 노동자들은 연간 400 내지 600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 1년에 두세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노동현실에서 노동시간 제도의 개혁 방향은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서는 사용자들은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를 개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와 일부 언론이 합세해 떠들자 그것이 마치 기업과 경제를 위한 것인 양 대선에서 공약하기까지 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이다.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강행규정이다. 그야말로 법정근로시간인데도 53조를 통해서 이를 초과해서 1주간에 12시간 연장근로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이 나라에서 법정근로시간제가 엉망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서 연 1천800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1천900시간을 초과해 버렸다. 당연히 이를 바로잡는 것에서 노동시간에 관한 개혁은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오늘 이 나라에서는 뻔뻔하게도 그 연장근로제마저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 나라 노동자를 위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제를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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