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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 종료일을 입사일에서 2년이 지난 시점으로 근로계약서에 기재했다가 사후에 정정한 후 계약을 만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계약 종료일에 따라 기간제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어 기간을 잘못 작성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대구 동구청, 1년씩 두 차례 계약갱신
‘계약기간 착오’ 중노위 판정에 소송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대구 동구청 기간제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구 동구는 2019년 1월 기간제 계약직 의료급여관리사를 모집하는 채용계획을 냈다. 계약기간은 2019년 2월부터 그해 12월까지로 정했다. 필요시 연장계약이 가능하다는 조건도 달았다.

A씨는 채용에 합격해 2019년 2월7일 최초 한 달을 기간으로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 계속 근무했다. 이후 2020년 1월에 이어 지난해 1월 재차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근로계약서는 계약기간을 2021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정했다.

그런데 근로계약기간이 문제가 됐다. 구청은 계약기간 종료일이 잘못 기재됐다며 A씨에게 근로계약서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구청은 직권으로 계약기간을 2021년 1월1일~2월5일까지로 수정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제인 A씨의 근로기간은 최초 입사일인 2019년 2월7일부터 2021년 2월5일까지로, 2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기존 근로계약대로 근무하면 A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구청은 변경된 근로계약을 토대로 지난해 1월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A씨는 즉각 구제신청을 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A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구청의 계약기간 착오로 취소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2월5일 계약기간이 만료된 것으로서 해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초심을 취소했다.

그러자 A씨는 “근로계약서의 취소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계약만료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고, 아무런 해고사유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시켰다”며 지난해 9월 소송을 냈다. 수정된 근로계약서는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작성된 게 아니라는 취지다.

법원 “무기계약직 전환, 종료일 매우 중요”
“기존 1년 단위 갱신, 계약서 수정 위법”

법원은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먼저 구청의 ‘착오’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조건과 구청장 직인 등이 포함돼 있어 근로계약서 내용만으로는 구청의 의사가 계약기간을 달리하려고 했다는 점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0년 계약갱신 당시에도 연초에서 연말까지 1년으로 기간을 정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수정한 것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근로계약서 수정은 구청의 ‘중대한 과실’이라며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기존 근로계약서에 따라 근로기간이 확정될 경우 기간제 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어 근로기간의 종기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A씨의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데도 구청이 별다른 사전 논의 없이 근로기간을 2021년 1월1일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로 기재했으므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구청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근로계약서를 취소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구청이 근로계약 종료일을 앞당기기 위한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A씨에게 이를 알렸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근로계약이 종료되지도 않았는데도 근로계약서가 착오로 취소됐음을 전제로 구청이 근로관계 종료를 통지한 조치에는 근로기준법(23조)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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