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철도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면서 철도 현장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질적인 인력부족이 근본원이라는 노조 분석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노사 짬짜미”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철도가 위험한 현장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오봉역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
▲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마다 반복해 온 일이었다. 누군가에는 소중한 아들이자 아버지였을 그들은 사회적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그렇게 사라졌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철도노동자가 작업 중 순직했다.

이번도 그러려니 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은 자만 불쌍하다는 푸념 속에 또 한 명 철도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묻히는가 했다. 언제나 주목받지 못했던 죽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철도노동자에게는 지금의 사회적 주목이 더욱 낯설게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20여년 전만 해도 철도는 매년 30~40명이 순직하는 죽음의 현장이었다. 그나마 지금처럼 산재사망이 줄어든 건 24시간 철야 맞교대를 3조2교대로 전환하고, 주휴일을 보장하면서부터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사정은 인력을 충원해 3조2교대 근무체계 도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았다. 3조2교대의 가장 큰 문제는 야간근무를 이틀 연속 반복한다는 데 있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해 그날 저녁 다시 야근하는 시스템이 문제였다. 이 문제를 두고 오랜 기간 노사는 머리를 맞댔고, 진통 끝에 2018년 4조2교대 전환에 합의했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 안전한 근무체계가 필요하다는 노사의 공감대와, 동종업체 상당수가 4조2교대로 전환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문제는 인력이었다. 1개 조가 늘어난 만큼의 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공부문 인력증원의 키는 정부에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난색을 보였다.

그들은 4조2교대로의 전환은 묵인하면서도 인력증원은 철저히 묵살했다. 연구용역으로 확인한 4조2교대에 필요한 1천800여명의 추가인력은 저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따라서 최근 국토부와 기재부가 내놓은 해명자료나 발언은 사실을 왜곡한 거짓이다. 이들은 인력충원 전에 근무체계를 개편한 게 문제라고 했지만, 철도노조가 두 차례 파업까지 하면서 요구했던 인력충원을 거부한 건 그들이었다. 이를 두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노사가 야합해 국토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망발까지 했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남 탓’만 하는 정부라지만 이 정도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여기에 기재부는 정원감축 방식의 구조조정까지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사회적 비판을 피하려 그 규모를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철도에서만 1천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철도의 인력난은 전문가들이 잇따라 지적했듯이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오봉역 참사는 3명이 일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기재부와 국토부가 인력증원을 거부해 기존 3명 근무는 2명으로 줄었다.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탈선사고 열차 승무원들은 치료는 고사하고 바로 다음 열차에 승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여유 인력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철도에는 인력 공백을 메울 여유 인력이 거의 없다. 그 결과 인력 공백이 발생해도 그 상태 그대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동강도가 커지는 건 둘째 문제다. 업무 공백에 따른 열차 안전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크다.

철도노동자는 원희룡 장관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주목한다. 안전을 위한 길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 탓, 거짓말, 사실 왜곡. 철길에 쓰러진 고인을 두고 도리가 아니다. 기재부와 국토부, 노사가 만나 진솔한 얘기부터 시작하자.

원희룡 장관의 말 그대로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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