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옥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지난여름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던 A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회사는 A가 구제신청을 하자 복직과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취하를 요청했다. A는 회사를 신뢰했고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A는 회사가 갑자기 징계를 말한다고 했다.

A는 회사에 새로운 대표가 오고 지난 1년 사이에 2번의 부당대기발령, 2회에 걸친 부당한 징계요구, 두 차례의 인사이동을 겪었다. 보통의 직장인이 1년에 한 번도 겪지 않는 일을, 아니 한 직장에서 한 번도 겪지 않을 일이 반복됐다. 첫 번째 대기발령 때 대표는 A에게 매일 반성문을 작성하라고 했다. A가 대기발령 사유의 사실관계·경위를 작성하면 사과와 반성이 없다며, 대표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며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 A가 보람과 기쁨을 느끼던 회사의 시간이 무력감과 모멸감으로 채워졌다. 동료들은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A와 대화를 피했다. 대표의 징계요구에 대해 징계 담당자들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계위원회 자체를 열지 않았다. 두 번의 인사이동은 A가 10년 동안 한 업무와 달랐다. A는 장소가 어디든 업무가 무엇이든 새로운 동료, 새로운 업무와 만날 기회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물론 A도 대표의 진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A에게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 그동안의 성취, 동료와의 유대감이 더 중요하고 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대기발령을 받은 직후 A를 만났다. A의 대기발령은 기간의 정함이 없었는데, 회사는 3개월을 초과하는 대기발령의 경우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A는 대기발령 기간 동안 임금의 30%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그래도 A는 회사가 곧 복직을 시킬 거라며 일단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A는 회사와 다툼을 끝까지 피하고 싶어서 대기발령 3개월이 거의 끝날 무렵 회사에서 A를 해고시킬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자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구제신청을 했다.

대기발령의 정당성은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 비교교량, 근로자와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으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 지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할 때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A의 대기발령 사유는 10년 전, 1년 전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했다. 그 사건들은 이미 A의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해서 징계사유가 없다고 봤다. 무엇보다 A의 현재 직무수행과 관련성이 없었다. 회사의 내부규정 해설집에 따르면 A의 대기발령 사유는 대기발령 사유에 해당할 수 없었다.

실은 A는 대표에게 가슴을 가격당하는 폭행과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 A는 대표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것이 부끄럽고 비참해서 동료들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 때문에 대표와 자신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랐다. A는 대표가 자신을 왜 미워하는지 몰랐다. 그저 오해일 거라며 자신이 열심히 일하면 다 해결되겠지, 시간이 해결하겠지 했다. 1년 동안 있었던 부당한 인사처분들도 그렇게 믿고 버텼다.

정말 대표가 A를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A는 회사에 충실하고 헌신하는 보통의 직장인이다. A는 요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했다. 담당 의사도 회사를 잠시 떠나 있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인사권을 남용해서 직장내 괴롭힘을 한 대표가 아닌 A가 왜 고통받고 아파야 하는 걸까.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A의 근로조건인 인사처분들은 A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A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며 인격권을 침해했다. 인간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당연히 존중받고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직장에서는 존엄성을 잊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저 회사에 잘하고 싶었던 A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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