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년이 연장되지 않은 채 근로계약이 종료됐던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코레일네트웍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역무·주차직 정년 만 62세로 1년 연장
이사회 부결 이유로 기존 정년에 해고

사건은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코레일네트웍스가 기간제 노동자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만 61세를 초과한 역무·주차직은 계속 기간제로 남았다.

역무·주차직인 A씨 등 22명은 1959년생으로 만 61세를 지나지 않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정년연장’ 논란이 일었다. 노사는 ‘현안합의서’를 통해 2019년 12월30일 역무·주차직의 정년을 만 62세로 정했다. 61세로 정한 인사규정보다 정년이 1년 늘어난 셈이다.

이때부터 현안합의서 효력이 문제가 됐다. 사측은 철도노조 위원장이 아닌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이 위임장 없이 현안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2020년 1월 2019년도 정년퇴직 대상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아울러 역무·주차직 정년을 만 62세로 상향하는 내용의 인사규정 개정안을 이사회에 올렸다. 그러나 출석 이사 5명 중 반대 4명으로 개정안이 부결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현안합의서를 이행하라고 행정지도를 했지만, 사측은 단체협약 효력 유무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지부는 정년연장 합의 이행과 정년퇴직 대상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1958년생인 A씨 등이 인사규정상 정년(만 61세)에 도달했다며 2020년 12월31일 근로계약을 종료했다.

A씨 등은 정년퇴직 인사발령이 부당해고와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현안합의서 체결로 정년이 연장됐는데도 이전에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재심도 기각되자 사측은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합의서 미위임 상태 체결 △합의서 이사회 부결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의 합의서 작성 등을 문제 삼았다.

법원 “노사 쌍방 서명, 합의서 내용 유효”
미지급 임금청구 소송도 노동자 승소

법원은 사측의 주장을 전부 기각했다. 재판부는 “합의서 내용은 유효하므로 A씨 등의 정년은 만 62세로 연장됐다”며 “그러나 회사는 정년퇴직일 이전이 명백한 2020년 12월31일자로 정년 도달을 이유로 인사발령을 했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위원장의 위임 없이 지부장이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 단협 체결 권한을 지부장이 위임받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합의서 효력’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현안합의서에 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정지조건 또는 해제조건으로 부기하겠다는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사회에서 부결돼 합의서의 효력이 없다”는 사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은 노사가 근로자의 정년에 관해 한 합의를 현안합의서라는 문서로 작성해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한 것이므로 이사회의 의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년퇴직 대상자들이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현안합의서가 유효하다고 보고 2020년 1~12월까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측이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이번 판결은 단체협약은 이사회 의결 등 내부절차와는 무관하게 상위규범으로서 효력을 갖는다는 기본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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