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이어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필담까지 더해졌다. 논란이 한 번의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처럼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여러 언론과 함께 보도한 MBC는 오늘부터 시작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타지 못했다. MBC는 명백한 취재 제약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MBC가 왜곡·편파방송을 그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웃기고 있네’ 필담도 여진이 계속된다. 당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장에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하고 당사자인 두 수석이 퇴장하면서 끝나는 듯했지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민주당은 다음날에도 두 사람을 경질하거나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김대기 실장에게 다그쳤고, 국민의힘은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강기정 정무수석이 같은 국회 운영위에서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에게 삿대질하며 고성을 질렀다고 역공에 나섰다.

대통령도 가세했다. 대통령은 두 수석 퇴장을 두고 일부 친윤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 지도부가 소극 대응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단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이) 주의도 아니고 퇴장이 말이 되느냐, 이렇게 야당에 밀려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1월10일자 6면 ‘윤, 친윤에 전화해 당 지도부 대처 불만 토로’) 진짜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야 할 사람은 국민이다.

참사 직후 열린 국회에서 ‘웃기고 있네’ 같은 사담이나 끄적이는 대통령실 수석 참모들을 보고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국민과 동떨어졌다. 대통령은 당시 국회 운영위 상황도 잘못 이해했다. 당시 회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주재했다. 여기서 김은혜 수석이 주 대표에게 먼저 퇴장을 언급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화부터 내고 보는 사람을 국민은 신뢰하지 않는다.

‘풍산개 반환’ 논란까지 겹쳤다. 150명 넘는 사람이 수도 서울 대로에서 압사했는데 두 거대 정당은 이러고 싶을까. 이래저래 국민만 피로하다. 종편과 뉴스전문 채널엔 하루 종일 두 거대 정당에 이력서를 낸 인물들이 전문가랍시고 등장해 ‘개 반환’을 둘러싼 평론을 하고 있다. 사실 평론이랄 것도 없다. 두 정당 입맛에 맞는 소리만 읊조릴 뿐이다. 그러다 선거철이면 스튜디오에서 여의도로 건너가면 그만이다.

9일 공개된 교육부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놓고 보수언론은 일제히 ‘중고교 교과서에 다시 자유민주주의 들어간다’(동아일보 11월10일자 14면 머리기사)거나 ‘교과서에 돌아온 자유민주주의’(조선일보 11월10일자 1면)라고 환호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교과서 보수화’로 명명했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노동자는 근로자로, 성소수자는 아예 삭제해서다. 먹고살기 바쁜 서민은 그 둘의 차이를 모른다. 안다고 해도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다. 결국 언론이 침소봉대해 대서특필할 뉴스도 아니다.

이 와중에 국정원은 전북·제주·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회원 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무덤에 들어갔다고 생각한 공안통치가 혼란을 틈타 부활했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혼돈을 혼돈으로 덮으려 했다고 기억할 것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