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생산전문 통합계열사인 유니투스(UNITUS)·모트라스(MOTRAS)·에이치그린파워(H GREEN POWER)는 2일부터 4일까지 부제소 확약서를 작성한 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흘간 입사지원서를 받는다.”(2022. 11. 4. 매일노동뉴스).

현대모비스에서 사내하청업체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자회사를 설립해서 하게 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회사에서 채용한다는 것이다. 용역, 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업체 소속으로 사업장에서 근무해 온 노동자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른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장면은 사실 낯설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 이행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추진했던 정규직 전환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이 대한민국에서는 대표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이 돼 버린 것을 오늘 민간 대기업인 현대모비스에서 추진한다는 것이 내겐 오히려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 자회사 설립 방식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그것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자회사가 아닌 해당 사업장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요구해서 투쟁하기도 했다. 해당 비정규 노동자들과 그 노조는 물론, 노동단체들도 그랬다. 그 뒤 공공기관마다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게 됐지만, 그 방식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는 물론 오늘까지도 자회사 방식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며 이 나라 노동운동이 요구해서 투쟁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어떤 공공기관에서 노사합의로 자회사 방식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했을지라도, 그러한 합의를 한 정규직노조조차도 그것이 현실 사정을 고려한 것이지 올바른 원칙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비정규직노조야 말해 뭐하겠는가. 만약 자회사 방식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방식이라면, 민주노총 등 상급노동단체와 비정규직 노동운동단체가 자회사 방식을 요구해서 투쟁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나는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란 해당 사업장의 정규직 근로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실 사정을 빼면 달리 노사합의할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2. “생산전문 통합계열사 인원은 7천200여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중 통합계열사 설립에 찬성해 부제소 확약서를 작성한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10개 지회(화성·울산·김천·평택·충주·안양·울산모비스·광주·아산·천안) 조합원은 5천여명이다.”(2022. 11. 4. 매일노동뉴스).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소속 근로자수는 7천200여명이고, 이 중 현대모비스 사내하청 노동자 중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한 금속노조 조합원 5천여명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부제소 확약서란 원청인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등을 하지 않겠다는 걸 말한다. 한 마디로 자회사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려면 부제소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사무실에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문의한 일이 있었다. 현대모비스에서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사내하청업체는 폐업시켜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계속해서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들은 해고될 거라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적으로 묻는다면 유감스럽게 할 말이 없다.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자회사 소속 근로자 지위는 보장된다고 말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청 현대모비스가 도급계약을 체결한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승계한다는 법은 없고, 판례도 없다. 하지만 비법적으로는 할 말이 많다. 현재 충주공장 생산공정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사업장에서 쫓겨날 일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통해서 자동차부품 생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자회사가 설립돼 운영된다고 해도 기존 사내하청 노동자들 없이는 그 사업을 운영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흩어지지 않고 굳세게 버티면 그만이다.

3.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현대모비스 충주노조 조합원 350여명은 하청업체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생산전문 통합계열사 노동자와 하청업체 노동자의 담당 공정을 분리하는 등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2022. 11. 4. 매일노동뉴스).

다행히 흩어지지 않고 버틴 모양이었다. 현재 원청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해서 불법파견을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의 생산공정 사내하청 노동자 300여명을 대리해 온 변호사로서 이 뉴스 기사를 읽고서 안도했다. 원고들이 소송 때문에 해고될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그동안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는 소송에 참여한 생산직과 달리 사무직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에 다른 태도를 취해 왔다.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임금인상 등 단체교섭 활동을 우선하는 것이었다. 원칙적인 불법파견 투쟁보다는 현실적인 임금인상, 고용 등 처우 개선에 맞춰 노조활동을 전개하는 것이었는데, 복수노조로 대립하면서 갈등이 심각했다. 현대차·기아 등 그동안 많은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이 쉽지 않았다는 데서 금속노조 지회들이 현대모비스에서는 다른 선택을 해 왔던 것이고, 그것이 오늘은 자회사 방식에 이르게 된 것 아닐까.

4. “일각에서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꼼수로 생산전문 통합계열사가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2022. 11. 4. 매일노동뉴스).

법적으로 보자면, 맞는 비판이다. 자회사는 원청 현대모비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서 그 수급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사내하청업체가 하던 걸 대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자회사도 현대모비스 공장들에서 도급계약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니 사내하청업체인 것인데, 기존과는 달리 현대모비스가 출자해 설립한 규모 있는 회사라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유니투스(UNITUS)·모트라스(MOTRAS)·에이치그린파워(H GREEN POWER)라는 자회사들은 “독자적인 제조역량을 구축하고, 제조 기술력 확보와 품질안정, 나아가 독자 사업 역량을 키워 현대자동차그룹 외 고객사를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해도 현대모비스에서 사내하청업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와 같다면 사내하청·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그동안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 온 노동운동의 경우, 현대모비스에서 조합원들이 자회사 전환을 수용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기존 입장과 달리 수용하게 됐다는 변명의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현대차 등 불법파견 투쟁을 해 보니 무작정 원칙만 고집할 것은 아니라서 현대모비스를 계기로 보다 현실적으로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으로 변경하게 됐다’거나, 그것이 아니고 ‘현대모비스에서만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예외적으로 자회사 방식을 취하게 됐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현장의 지회 차원에서 한 것이라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라도 밝혀야 할 것이다. 필자와 달리 자회사는 사내하청과는 다르다고 말해도 좋다. 어디까지나 법률가로서 그저 법적으로 평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나를 비난해도 좋다. 현대모비스에서 조합원·노동자의 권리에 자회사가 바람직하고, 어째서 그런 거라고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나도 다시 한번 그걸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이니 민주노총이니 조합원수니 어쩌니 하는 거 말고, 노동자 권리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 어째서 부제소 확약서까지 제출해서 불법파견 투쟁, 정규직 전환투쟁을 포기하는 자회사 방식이었는가. 비난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단지 나는 심각하게 알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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