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인협상아카데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9개월이 돼 가지만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핵 위협까지 등장하며 전쟁의 양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쟁의 공포는 한반도에도 드리우고 있다. 북한은 연일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하고 있고, 한미는 전쟁훈련과 미사일로 맞대응하면서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여당의 위험한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런 갈등은 비단 국가 간 문제만이 아니다. 정치·노동·교육·문화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상황은 제2 외환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에서는 국민에게 어떤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누가 좀 말려 줘 봐’라는 말이 절실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국가·사회 분쟁 해결한 협상가 주목

원창희 파인협상아카데미 대표 등 3명의 협상 전문가가 펴낸 <역사 속 위대한 협상가 이야기>(파인협상아카데미·1만5천원·사진)는 지금 같은 갈등과 대결의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들은 동서양과 시대를 넘어 ‘위대한 협상가’로 7명을 선정했다.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고려시대 서희 장군,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 모리타 아키오 일본 소니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왜 ‘위대한’을 붙인 협상가로 이들을 꼽았을까.

저자들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일상적인 협상을 잘 완수한 협상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 또는 인류를 위해 큰 가치를 만들어 낸 협상을 성공시킨 협상가를 지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 실존 인물로서 그 사람이 속했던 시대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고 어려웠던 갈등·분쟁·전쟁 등을 협상으로 잘 해결해 사회 구성원이나 국민에게 큰 복리와 평화를 선사한 협상가이면서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그들의 인생과 협상 이야기를 기술하고 비교분석 후 교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국민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 치 혀’ 아닌 협상전략으로 세계의 궤도를 바꾸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의 끝판왕’ 아파르트헤이트 속에서 인종차별 없는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원칙에서 양보하지 않지만 협상방안에서 유연하게 양보와 타협을 구사해 결국 목적을 달성한 협상전략을 실천했다고 저자들은 평가했다.

토니 블레어는 짧게는 30년, 길게는 4세기 동안 이어 온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협정을 이끌어 낸다. 저자들은 “블레어의 협상에서는 협상 당사자들에게 협상의 원칙을 강조하고 준수하게 하는 협상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들은 또 오바마 케어 협상, 이란 핵무기 개발 억제 협상,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협상을 통해 버락 오바마의 협상가로서의 면모에 주목한다. 오바마 케어는 국내의 복잡한 정치·경제 구도 속에서, 이란과 쿠바와는 오랜 적대적 갈등의 역사 속에서 협상을 성공리에 이끈다.

저우언라이를 대표하는 협상전략은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은 놓아둔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에서 해빙의 공간을 열고 중국을 고립지대에서 세계의 중심에 옮겨다 놓는 데 위대한 협상가가 왜 중요했는지 저우언라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서희 장군이야 말해 무엇하랴. 힘이 아닌 말을 통해 전쟁을 막고 국익을 도모한 대표적인 그의 협상력은 ‘세 치 혀’가 아닌 전략적 사고에 입각한 판단력 등 협상의 전략에서 나왔음을 강조한다.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힘이 발휘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국가적·사회적으로 큰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고자 한다면 역사 속에서 활약했던 많은 위대한 협상가를 연구하고 응용함으로써 협상의 성공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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