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매일노동뉴스 창립 30주년을 축하합니다. 그 고난과 환희의 긴 여정을 축하드립니다. 30주년을 맞아, 지난 4일 기념식에 참여하면서 매일노동뉴스가 갖는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의 30년을 향한 새로운 소망이 생겼습니다.

먼저 지난 30년의 한 세대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일간지 노동언론을 만들어 낸 핵심주체들의 기나긴 과정이었습니다. 놀랍고도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바탕 위에서 이제 맞이할 새로운 한 세대, 다가오는 30년은 ‘노동 진보’의 세대 간 전승과 지속을 위한 우리 모두의 기나긴 여정이 돼야 합니다. ‘진보의 세대 간 전승을 위한 민주적 진지’로서 매일노동뉴스는 세대를 뛰어넘는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그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시대적 책무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30여년의 민주화 시대를 넘어, 이제 그 시대를 치열하게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지난 30여년간 민주진보의 긴 여정에서 많은 ‘진지’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매일노동뉴스도 그런 진지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진보의 세대 간 전승을 위해, 이 민주적 진지들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과제를 앞선 세대인 우리 모두는 갖고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세대들은 ‘맨땅에 헤딩하지 않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고’ 선배들이 고난의 여정을 통해 확립한 수많은 진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미래를 개척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매일노동뉴스를 위해 헌신한 많은 분들의 피와 땀이 세대 간의 사회적 유산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진지에서, 민주화 시대를 통해 만들어져 온 제도적·비제도적 유산을 세대 간에 전승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교육영역에서 ‘노동인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노동을 주제가 아니라 관점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노동문제를 다루는 매일노동뉴스가 아니라 노동의 관점에서 이 세상의 많은 국가적·정치적·사회경제적·문화적 일상 세계의 주제들을 다루는 매체로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상상력을 제약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ㄱ’ 매체가 걸어온 길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기독교적 배경에서, 기독교 지원에 힘입어 일간신문을 내고 있지만 모든 국가적·정치적·경제적·일상세계적 주제 모두를 다루는 기독교적 종합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의 문제를 중심적 의제로 부각하는 기능도 하고, 협의의 교회와 기독교의 일상적 사안들을 다룹니다. 그러나 의연히 종합일간 매체입니다.

마지막으로, 매일노동뉴스가 대한민국의 매일노동뉴스가 아니라 아시아 매일노동뉴스, 지구촌 매일노동뉴스가 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실제 대한민국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를 하위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노동수입국가가 돼 있습니다. 많은 후진국들 위에 ‘군림’하는 선진국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의 다국적 기업이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사용자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도 우리는 노동의 이름으로 국경을 넘어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노동의 의제들을 우리의 문제로 수용하고 다루고 품어야 합니다. 당연히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아시아 및 전 세계 노동운동에 더 큰 지원자이자 병풍 역할을 해야 하고, 매일노동뉴스는 그것을 촉진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일노동뉴스는 대한민국을 넘는 아시아 및 세계의 매일노동뉴스로 발전해 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눈물과 땀, 빛나는 헌신으로 일궈 온 매일노동뉴스의 창립 30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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