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지워진 산재 위험 공간이 있다. 우리 생활 공간과 가장 가까운 장소, 학교 급식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학교 급식실에 산업재해가 발생하겠냐’고 생각하지만, 학교 급식실의 노동강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단체급식, 학교 수업시간표에 맞춰 밥을 배식해야 하는 문제, 급식의 퀄리티 관리,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교육 공간이라는 특성상 각종 위생·안전·조리 점검이 상시 이뤄지는 공간이기에 노동강도가 높고, 그만큼 산재 위험도 높은 곳이다.

학교 급식실은 식자재를 받고 다듬고 정리하는 공간인 전처리실, 음식을 굽고 튀기고 삶고 끓이는 조리실,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식사를 나눠 주는 배식실로 구분된다.

이 중 전처리 작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나,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실은 산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다. 바닥이 미끄럽고, 김 서림 현상이 발생해 시야가 흐려져 충돌이나 넘어짐 사고가 발생한다. 크고 무거운 식재료나 조리도구들을 절차에 따라 옮기며 작업한다. 이로 인해 도마 또는 급식 설비가 떨어지면서 다리나 발등에 골절상을 입은 사례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근골격에 상당한 무리가 가기에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2019년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실시한 급식실 노동자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체 3천56명 중 94%가 근골격계질환을 앓았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방학기간에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한의원이나 전문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실제로 한 노동자는 “방학기간이면 급식실 선생님들을 매일같이 만난다. 급식실 선생님 정기모임을 진행해도 될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여름철엔 식중독 사고 위험이 높다. 그로 인해 튀김과 같이 고열 조리과정을 거치는 반찬류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철에, 비닐 재질의 위생복을 입고 튀김 요리를 조리하던 중, 온열 질환으로 쓰러진 사례가 있다.

학생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반찬을 조리해야 한다. 음식을 제시간에 맞춰 내놓기 위해 최대한 많이 굽거나 튀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화상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음식을 굽거나 튀기면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한 폐질환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올 한 해 울산만 해도 폐질환 검사에 동의한 525명의 노동자 중, 111명이 폐 건강에 이상 소견을 받았을 정도다.

급식·배식 공간과 설거지 공간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설거지 작업을 마치면 마무리로 급식실 전체를 청소한다. 특히 위생관리를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해 소독하는 경우가 많다. 화학물질 관련 재해를 당할 위험이 생긴다. 실제로 관련 재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급식실을 청소하던 노동자가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쓰러진 사고다. 또한 사고만 나지 않았을 뿐 작업 후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경험한 노동자들도 상당수다.

물론 학교는 공공기관이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최대한 준수하고 있다. 매분기 6시간씩 안전교육을 진행해 작업장 내 주요 산재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전장구류 역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안전장구류가 여성의 신체 사이즈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안전 장구류를 착용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 데다 폐질환과 화학물질 사고예방에 가장 필요한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각 학교 급식실에는 대형 환풍시설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환풍시설 작동시 소음으로 인한 민원 문제, 환풍기 설비의 노후화 등으로 배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산재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급식실에 적정 인원이 배치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당시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 조사자료에 의하면 서울대병원 등 7개 공공기관에 배정된 급식노동자는 직원 53.1명당 한 명꼴로 배정됐지만 초등학교는 학생 113.6명당 1명, 중학교는 105명당 1명, 고등학교는 132명당 1명이 배정돼 급식실 노동강도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때 1천500명이 있던 학교였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인근 주거지역 고령화로 200명대까지 줄어든 학교처럼, 재학생수에 비해 급식실이 넓은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같은 학교라도 오래된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구역이 훨씬 더 넓어, 오래된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인원이 워낙 타이트하게 잡혀 있어 연차는 물론이고, 병가 역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픈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면, 산재 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학교 급식실 노동현장은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특히나 학교라는 공간이기도 하기에 많은 부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전관리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에서 다양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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