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와 직업성암119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14년차 조리실무사 박아무개(50)씨는 지난 8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전국 시·도 교육청이 학교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검진을 통해서다. 박씨는 동료 7명과 함께 학생 약 1천300명의 급식 조리를 담당했다. 1명당 식수인원 162명을 맡은 셈이다. 중·고등학교보다 배식시간이 빠른 탓에 짧은 시간 내 고강도 노동에 내몰려 쉴 틈이 없다고 한다. 박씨는 “3시간 이내로 (식사 준비를) 해야 했고, 굽고 튀기고 부치는 조리작업도 주 4~5회 할 정도로 잦았다”며 “구토나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해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 10명 중 3명은 폐 CT 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나왔다. 적정 인력 배치와 조리실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학교비정규직노조와 직업성·환경성암환자찾기119(직업성암119)가 밝힌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현황’을 보면 검진자 5천979명 중 1천634명(27.3%)이 이상소견을 받았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도·광주시·대구시·울산시·전남도·충남도교육청 6곳에서 받은 자료 가운데 결과를 취합 중인 경북도교육청 자료를 제외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55세 이상 또는 급식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이를 대상으로 폐 CT 검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11개 교육청은 검진을 진행 중이거나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된 이후 검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9월14일까지 직업성암119에 접수한 현황을 보면 전체 180명 중 급식실 노동자는 73명(41%)이었다. 폐암이 45명(61.6%)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 11명, 갑상선암 6명, 기타 5명, 백혈병 4명 순이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79건의 산재를 신청했는데 그중 50건(63%)이 승인됐다. 폐암 산재로 사망한 급식실 노동자는 5명이다.

노조는 폐암을 비롯한 직업성 질환의 근본 원인을 부족한 인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적정 인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노조와 협의해 표준화된 배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폐암 건강검진이 일회성에 그칠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노동부가 마련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시설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급식실 노동자를 비롯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달 25일 파업을 예고했다. 교육공무직 임금체계를 단일임금체계로 전환하고, 복리후생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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