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제노동기구(ILO)가 열 번째 ‘ILO 일의 세계 관찰’(ILO Monitor on the World of Work)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ILO는 최근 몇 달 동안 글로벌 노동시장 전망이 계속 악화해 왔다면서 올 4분기에는 글로벌 수준의 고용성장이 심각하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이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을 하락시키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위기 동안의 소득 감소와 맞물리면서 저소득층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시장 악화가 고용창출과 일자리의 질 모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각종 데이터는 “급격한 노동시장 둔화”(a sharp labour market slowdown)가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노동시장 불평등은 더욱 증가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ILO는 보고서에서 “2022년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각종 위기가 중첩해 발생하고 이와 연동해 부정적인 효과가 확산함으로써 일의 세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실질 임금이 하락하며, 불평등이 증대하고, 선택 가능한 국가 정책이 줄어들고,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제성장과 총수요의 둔화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기대치를 줄임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노동력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ILO는 “대단히 우려되는 글로벌 고용 상황에 대응하고, 심각한 글로벌 노동시장 둔화를 막기 위해, 물론 글로벌 수준에서 종합적이고 통합된 각국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ILO는 회원국 정부들이 공공재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횡재 이윤(windfall profits)을 (사회적으로) 재조정하며, 사회안전망을 통해 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소득 지원을 늘리며, 가장 취약한 계층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정책들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올 초 글로벌 수준에서 근무시간은 고숙련 직업군과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했지만, 이는 비공식 경제 일자리 증가와 맞물리면서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올 3분기에는 근무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5% 모자라 전 세계적으로 4천만개의 전일제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LO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모두 48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수용한 인접국 노동시장에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면서 이들 나라에서 전반적으로 임금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노동력의 10.4%인 160만명이 인접국에서 피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28%가 피난지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피난민의 압도적 다수는 여성으로, 전쟁 전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보건·교육·사회복지에 종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ILO는 우크라이나 분쟁의 효과로 인해 인접국의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피난민을 수용한 나라들의 정치·사회적 불안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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