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경주사무소)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누58990 판결

1. 사건의 경위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이하 ‘참가인 노조 지회’라 함)는 2018년 9월16일 설립됐다. 참가인 노조 지회는 같은해 9월23일 경 주식회사 포스코(이하 ‘원고’라 함) 노무협력실 소속 직원들이 노조 대응 관련 회의를 하는 현장에서 ‘금속노조 대응방안 문건’과 직원 수첩 등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교섭권을 가지지 못한 쪽에 “최소한으로 줘야 함. 사무실, 타임오프, 집회, 선전전, 조합활동 계속, 노경협 진출. 향후 교섭권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세 확보”라고 기재돼 있었다. 원고는 2018년 12월11일 참가인 노조 지회의 임원 및 간부들에 대해 해고 등의 징계를 했다.

참가인 노조는 원고가 포스코노동조합을 과반수 노조로 공고하자 이의신청을 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년 1월28일 참가인 노조의 재심신청을 기각함으로써 포스코노동조합이 최종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포스코노동조합 조합원은 4천783명, 참가인 노조는 3천137명으로 집계됐다.

원고가 2019년 9월10일 교섭대표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부속돼 있는 ‘근로시간면제한도 운영 노사합의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및 인원에 관해 1) 노조 간 합의가 있는 경우 그에 따라 배분하고 2) 노조 간 합의가 없을 경우 ‘노사합의서’ 체결일 당시의 조합원 수(체크오프 내역, 조합원 명부, 조합비 납부 내역 등을 근거로 결정)에 따라 배분하며 3) 각 노조에서 필요한 증빙을 갖춰 조합원수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교섭참여노조 확정공고일(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일) 당시 조합원수를 ‘노사합의서’ 체결일 당시의 조합원수로 본다.

참가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와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및 인원 배분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않았고, 조합원 신원 노출로 탈퇴 회유·압박 등이 발생할 우려로 인해 원고에게 조합원수 확인을 위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고는 참가인 노조의 조합원 수가 감소하자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 시점이 아닌 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조합원수’만을 근거로 조합원수를 확정했고, 이에 비례해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및 인원을 배분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2022. 5. 13. 선고 2021구합63013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5. 20. 선고 2021구합63341 판결은 원고와 교섭대표노조가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및 인원 배분에 있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각각 인정했다.

한편 원고는 양 노조에게 단체협약 유효기간(2019년 11월1일~2021년 6월30일)인 20개월 동안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스타렉스 차량 3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원고는 2019년 10월21일 참가인 노조에 공문을 보내 참가인 노조는 차량 1대를 1개월 단위로 5개월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교섭대표노조는 차량 2대를 각 20개월 상시사용, 1대를 15개월간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통지했다. 원고는 위 공문에서 참가인 노조가 2019년 10월25일까지 차량이용시기 5개월을 특정해 통보하지 않으면 2019년 11월1일~2020년 3월31일에 차량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인 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이라고 봤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위와 같은 차량지원 방식은 양적 차이를 넘어 노동조합 활동에 질적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봤다.

원고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위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참가인 노조가 원고의 차량지원 방식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조합원수에 관한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노·노관계가 악화해 차량배분 방식에 관해 노조 간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원고가 차량지원 당시의 체크오프 조합원수 기준으로 차량지원을 한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또한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로 보기 어렵고, 사용자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을 수 없는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노동조합이 차량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차량이 제공되지 않는 시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 노동조합 활동에 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 쟁점 및 판결 요지

대상판결의 쟁점은 1) 원고가 이 사건 차량배분에 관한 공정대표의무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 2) 원고의 차량지원 배분 방식의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다.

대상판결은 쟁점 1)과 관련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의4 1항은 사용자를 공정대표의무의 주체로 보고 있고 △원고가 노조 간 차량이용 배분 방식에 관해서 교섭대표노조에게 일임하지 않고 양 노조에게 직접 제안했고 교섭대표노조가 이에 관여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며 △양 노조가 교섭을 통하더라도 원고가 정한 내용의 본질적인 내용 등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원고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주체라고 봤다.

대상판결은 쟁점 2)와 관련해 △근로시간면제한도 시간 및 인원 배분과 달리 원고와 교섭대표노조 사이에는 차량지원 배분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지만 원고 입장에서 조합원수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하는 것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고 △다만 조합원수 판단 시점의 경우 근로시간면제한도 배분과 유사성이 있으므로 이를 기준점으로 참고할 수 있으며 △원고 사업장의 노사관계(금속노조 대응방안 문건 작성과 참가인 노조 지회 임원 및 간부들에 대한 징계해고 등으로 불이익을 우려해 체크오프 신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임)에 비춰 봤을 때 객관적인 제3자로 하여금 참가인 노조 지회의 조합원수를 확인하게 하는 노력 없이 단순히 차량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기준만으로 조합원수를 결정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고 △차량지원이 노동조합 존립과 발전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포항과 광양에 위치한 원고 사업장의 특성상 필요한 것이며 △교섭대표노조는 상시적으로 지원하면서 참가인 노조 지회는 특정 기간에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섭대표노조를 과도하게 유리하게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들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봤다.

3.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에 대한 차량지원 등 편의제공과 관련해 아래의 사항들을 고려해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노사 간에 차량지원 방식에 관한 합의가 없는 경우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복수노조에 대한 차량지원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봤다.

둘째, 대상판결은 원고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노사관계를 고려해 원고가 사용자로서 적극적으로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즉 원고가 ‘금속노조 대응 문건’을 작성하고 참가인 노조 지회 임원 및 간부들을 징계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정에 비춰 봤을 때 참가인 노조가 조합원수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원고에게 제출하지 않은 것에는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봤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원고가 사용자로서 객관적인 제3자로 하여금 참가인 노조 지회의 조합원수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셋째, 대상판결은 원고가 적극적인 공정대표의무 이행 노력 없이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시점 및 기준으로 차량지원 방식을 결정(‘차량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원고 입장에서는 참가인 노조의 조합원수가 감소했으므로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일 당시가 아니라 차량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할 유인은 존재하나, 그렇다고 참고할 만한 기준(‘근로시간면제한도 운영 노사합의’에 따른 조합원수 산정 기준)이 있는 이상 조합원수를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임의로 ‘차량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조합원수’만으로 차량배분에 관한 조합원수를 결정할 수 없다고 봤다.

넷째, 대상판결은 사업장 특성, 해당 사업장에서 차량지원이 조합활동에 필요한지 여부, 차량지원 방식이 복수노동조합의 조합활동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 등을 고려했다. 즉, 법원은 원고 사업장이 광양과 포항이라는 원거리에 분포해 있으므로 차량지원이 조합활동에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참가인 노조 지회가 차량 1대를 일부 기간에 또는 일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므로 교섭대표노조를 과도하게 유리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위와 같이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차량지원 등 편의제공에 있어서 한쪽 노동조합을 차별하는 경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해당 사업장의 특성, 노사관계, 해당 사업장에서 해당 편의제공이 조합활동에 대해 갖는 의미 내지 필요성, 편의제공 배분 기준, 그러한 기준에 따라 편의제공이 이뤄진 경우 각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관련해 공정대표의무가 존재하는데도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자체가 사용자의 차별을 부추기고 조장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아래에서 하나의 노동조합만을 교섭상대방으로 대할 수 있는 ‘구조적 이익’을 누리는데, 자신이 선호하는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획득·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이익’까지 추구할 수 있다. 포스코의 차량지원 차별은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에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50년간 무노조경영을 해 온 기업이 그러한 구조에 기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노무관리를 실행해 발생한 사건이다. 오랜 기간의 법적 분쟁절차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점을 인정받게 되더라도, 노동조합이 입은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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