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 공공기관 운영을 총괄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매일노동뉴스>가 올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공공기관운영위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책이 처음 논의된 6차 회의부터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부채비율 감축을 모든 공공기관이 할 필요 있느냐”

지난 6월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 공공기관운영위 위원들은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에 관한 지침 개정을 의결하고,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강화방안, 공공기관 혁신 추진방향을 보고받았다.

기재부가 안건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회의록 내용으로 유추하면 이날 정부는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강화방안으로 △부실공공기관 지정 △부채 감축계획 수립 및 경영평가 반영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 시행 등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위험기관 기준은 민간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체계를 고려해 투자적격기관 미만으로 정하고, 인력 재배치 비율을 3%로 제안했다. 공공기관 생산성 제고와 관리체계 개편, 민간·공공기관 협력체계 강화를 공공기관 혁신 추진방향으로 보고했다.

위원들은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한 위원은 “부채비율 감축 노력이 모든 공공기관에 해당될 필요가 있느냐”며 “고유가 등 경제가 어려워지는 시기에 공공기관 관리 노력의 첫 번째 단계가 부채감축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한전 발전사와 그 외 기관은 분리해 관리돼야 한다”며 “공공기관 부채 전망도 한전 발전사와 에너지 공기업 등을 함께 관리할 것인지 별도로 관리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부채비율이 높지 않다는 정부쪽 답변도 눈길을 끈다. 안건 관계자로 소개된 한 참가자는 “현재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은 아니나, 향후 부채규모 및 비율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확대 과정서 부채 증가는 필연, 이게 문제?”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은 7차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같은달 20일 열린 회의에서 한 위원은 “한전 등 당기순손실(을 낸) 공기업에 대한 추가조치 취지에 공감하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으니 책임을 지라는 조치는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같은달 30일 열린 8차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발언 뒤 열렸는데 부채규모가 도마에 올랐다. 한 위원은 “공공기관 혁신 필요성 배경이 부채규모 증가로 보도가 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투자 확대 과정에서 부채는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것인데 정부는 부채규모를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부채규모가 문제라면서) 안건 내용은 부채비율을 줄이는 방향인데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외적으로는 부채규모를 문제 삼으면서 제도적으로는 부채비율을 규제하는 게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위원들은 재차 “공공기관 구조조정 문제의식은 부채규모에서 시작한 걸로 대외적으로 발표하는데 관리는 비율을 기준으로 하니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자산 헐값매각 우려도 제기됐다. 한 위원은 “비핵심자산 매각 후보 매수자가 외국계 헤지펀드냐”며 “헐값매각이 되지 않도록 기계적 접근방식은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계획에 따른 실적 전망 △공공요금 관련 사회적 약자 보호 대책 등을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는 7월29일 정부의 이른바 혁신가이드라인 의결 당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9차 회의에서 위원들은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외국 기업에 내다 파는 문제를 경계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서비스가 축소돼 민영화 빌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을 잇따라 했다.

공공기관운영위 위원들의 지적은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책 추진 이후 노동계가 내놓은 지적과 겹친다. 안팎으로 이런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개월 전 회의록 이름·안건도 지우고 깜깜이 공개

정부 위원회에서 제기된 우려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데다 회의 내용도 제때 알리지 않아 ‘깜깜이’ 논란도 인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은 공공기관운영위 회의록을 작성·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 방식이나 범위를 특정하지 않아 기재부는 줄곧 3~4회차 회의록을 한데 묶어 공개한다. 지난 4월에 개최한 4차 회의 회의록을 6월 열린 7차 회의 회의록과 함께 9월14일에 공개하는 식이다. 발언자의 이름을 가린 채 안건도 비공개한다. 이런 방식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관행일 뿐 정확한 근거는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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