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어떤 노동자가 일하는 곳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다.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심문회의 결과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 달 뒤 지노위는 판정문을 통해 사용자에게 노동자가 신청한 취지대로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사측이 노동위의 구제명령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그 노동자는 판정문이 송달된 뒤 한 달 이내에 원래 일하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만약 그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하기 전 사용자에 의해 ‘프리랜서’로 명명됐다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자라면 어떨까. 노동위원회 규칙 79조 ‘구제명령의 이행기준’에 따르면 ‘원직 복직’이라는 구제명령을 사용자가 이행했는지는 ‘당해 근로자에게 해고 등을 할 당시와 같은 직급과 같은 종류의 직무를 부여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상식적으로는 구제 신청인이 노동위원회 다툼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판정받았기에 마땅히 원직복직 과정에서 ‘프리랜서 위임 계약’이 아닌 ‘정규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자로서’ 복직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MBC·KBS 등에서 해고당한 방송작가들이 노동위 다툼 이후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회사로 돌아가면서 당연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최근 모 방송사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년간 수행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당한 또 다른 ‘무늬만 프리랜서’ 사건에서 사용자인 방송국은 해당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을 취했다. 해당 방송사가 보낸 내용증명에는 “노동위원회 규칙에 따라 계약종료 전 상태 그대로 복직하는 것이므로 ‘프리랜서’로 복직하는 것’이며 ‘정규직‘으로 복직하는 것이 아니다”고 적혀 있다.

노동위가 부당한 해고임을 인정한 뒤 내린 구제명령 속에는 해당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측이 원직복직시 노동위 판단에 반해 다시 프리랜서로 일을 시킨다는 것은 구제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방송국의 결정에 대해 지노위가 “이미 구제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판단 내렸기에 추가적인 조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신청인이 지노위는 물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연이어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복직 이후 연차휴가를 부여받지 못하고 기존의 고정좌석이 없어지는 등 예전보다 더욱 철저하게 프리랜서로 취급당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노동청 진정 등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무책임한 대답을 내놨다.

실제로 이미 다수의 방송사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해고당한 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회사로 돌아간 이들에 대해 정상적인 ‘원직복직’이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위 규칙상 단서조항은 해고 당시와 동일한 직급이나 직무가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유사한 직급이나 직무를 부여하더라도 원직복직 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본다. 사용자들은 이를 적극 ‘악용해’ 원직복직 협상 과정에서 “(돌아가야 할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 “노동위 다툼 과정에서 부수적 업무 수행이 근로자성 징표라고 주장하였으니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라”는 등의 변명을 내세웠고 그 결과 복직한 이들의 노동조건은 해고를 다투기 전보다 악화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 요소가 생기기도 했다.

‘무늬만 프리랜서’로 취급당하다가 너무나도 억울한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사측에 맞서 싸우고 힘겨운 과정을 거쳐 회사로 돌아간 이들에게 이미 회사는 해고 이전의 직장과 같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원래 수행했던 업무에 복직시키는 것’은 기본이 돼야 한다. 거기에 회사가 의도적으로 덧씌웠던 ‘프리랜서’라는 ‘허울’을 걷어 내고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위가 단순히 기존 ‘규칙’에 비춰 볼 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 인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구제명령 이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사용자 방송국의 왜곡된 원직복직 명령 이행과 그 이행 여부를 기계적·형식적으로만 판단하는 노동위의 대응 속에 무늬만 프리랜서들의 ‘원직복직’마저 ‘무늬만 원직복직’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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